"의료계 ‘과도한 사법 리스크’ 주장은 과장…수치 22배 부풀려져"
환자단체연합회, 실형 선고는 연평균 3~4명 수준 "피해자 보호제도부터 마련해야"
환자단체가 의료계가 주장해 온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됐다며, 정부와 국회에 피해자 보호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의 기소 건수 통계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논의가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의 울분 해소, 공정한 배상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료계는 응급·외상·분만·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 기피 이유로 ‘검찰의 높은 기소율과 법원의 중형 선고’를 들어왔다. 2022년 의협 산하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2013~2018년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발생했다”며 “매일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달랐다. 2019~2023년 5년간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사건은 연평균 34.4건이었다. 약식명령까지 포함해도 연평균 45건 수준으로, 의협 보고서 수치의 17~22배가량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192명으로, 이 중 의사가 170명(88.5%)이었다. 전체의 68.8%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실형은 연평균 3~4명에 불과했다. 특히 의료계가 기피 진료과로 지목한 응급의학과(4.7%), 소아청소년과(3.6%), 산부인과(5.7%), 흉부외과(1.0%)의 기소율은 낮았다. 반면 정형외과(15.6%)와 성형외과(15.1%) 등 인기 진료과의 기소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합회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사법 리스크’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의사들은 이미 응급의료법, 의료분쟁조정법, 의료법 등을 통해 다른 직종보다 형사적·행정적 특례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특례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또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는 ▲재정 투입 확대 ▲근무환경 개선 ▲법무 지원 강화 ▲국가 차원의 배상 지원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로 ▲의료사고 설명의무 강화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완화 ▲의료분쟁 감정제도 개혁 등을 제안했다.
연합회는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 없이도 울분을 해소하고 신속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