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레브에어, 폐동맥고혈압 치료 새 시대 열 신약" 

정욱진 회장 “조기 진단·병용 치료로 생존율 90% 도전” “고위험군 환자, 사전 허가제로 신속한 접근 필요” 김경희 교수 “환자에 필요했던 치료제, 진료지침 변경 중”

2025-08-13     문윤희 기자

20년 만에 등장한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윈레브에어(성분 소타테르셉트)의 등장에 관련 학회가 진료지침 변경과 제도 개선 움직임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그간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된 대표 약제들은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 PDE-5 억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 등 3대 기전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개선하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윈레브에어는 병의 구조적 원인을 직접 되돌리는(‘리버스 리모델링’) 효과를 보이면서 의료 현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한폐동맥고혈압학회는 대만에서 시행되는 희귀질환 사전심사제를 한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정부측에 대안으로 제시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희귀질환인 만큼 소수의 고위험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심사를 엄격히 해 약제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폐동맥고혈압은 폐소동맥 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져 우심실 부전과 돌연사를 초래하는 진행성 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약 5~6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40~50대 여성 환자가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기 증상이 갱년기 증상이나 빈혈, 심장질환과 유사해 '진단 방랑'이 긴 질환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최초 진료 후 확진까지 평균 2년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욱진 대한폐동맥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한국MSD]

정욱진 대한폐동맥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12일 한국MSD가 개최한 윈레브에어 허가 기념 간담회에서 “폐동맥고혈압은 순환기계의 암이라고 불리는 질환”이라며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 단순 대증요법만 하다 환자를 떠나보냈지만, 이제는 조기에 강력한 치료를 시작해 혈역학적 지표를 정상화하고 이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학회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의 5년 생존율은 71.8%에 불과하다. 일본은 90%의 생존율을 보이며, 국내 평균 생존기간은 13.1년에 그친다.

정 회장은 “일본처럼 조기부터 병용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생존율을 90%까지 올릴 수 있다”면서 “국내 치료 원칙은 증상 악화 시 약제를 추가하는 ‘순차적 병용치료’가 주류지만, 일본은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도입해 환자를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균 폐동맥압과 저항을 최대한 낮춰야 수명이 연장된다”며 “발견 즉시 강력한 치료를 시작하고, 경험이 있는 전문의와 전문센터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동맥고혈압은 극심한 호흡곤란과 심계항진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심장 기능 저하를 초래하며 사망 위험을 높인다.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1년 내 사망 확률이 20%를 넘고, 국내 환자의 약 30%는 여전히 진단 후 5년 내 사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상당수가 가정과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40대 여성이라, 이들의 투병 및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크다”며 “폐동맥고혈압은 희귀난치질환이자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건강한 일상을 돌려줄 수 있는 치료 전략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한폐동맥학회 진료지침위원장(부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사진=한국MSD]

이어 김경희 폐동맥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부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윈레브에어의 등장에 대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 질병의 근본 구조를 되돌리는 새로운 기전"이라고 평가하면서 "폐동맥고혈압은 주로 30~40대 가임기 여성에게 발병해 한 가정의 안정에도 큰 위협이 되는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병용요법으로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의 임상 경험을 들어 질환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그는 "전공의 시절 폐동맥고혈압을 알지 못한 환자가 응급실에 왔지만 결국 산모와 아이 모두를 잃었다”며 “당시에는 치료제가 없어 의사조차 질병에 주목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3대 기전은 혈관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두꺼워진 폐동맥벽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면서 "이에 비해 윈레브에어는 혈관벽의 비정상적 증식을 억제하고 두께를 줄여 구조를 회복시키는 ‘리버스 리모델링’ 효과를 가진다"고 소개했다.  

윈레브에어는 STELLAR 3상 임상에서 위약 대비 6분 보행 거리를 40.8m 증가시켰으며,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의 84% 개선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윈레브에어군의 38.9%가 6분 보행 거리, 심부전 바이오마커인 NT-proBNP 수치, 세계보건기구(WHO) 기능분류 등 다중 지표의 개선이 나타난 반면, 위약군은 10.1%에 그쳤다. 이에 더해 2차 유효성 평가 지수 8개 지표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해외 가이드라인은 진단 직후부터 병용요법을 권고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단독요법 후 악화 시 추가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폐동맥고혈압학회에서도 국내 폐동맥고혈압 진료지침에 조기병용요법과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를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약제가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사용해 환자를 저위험군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학회는 2026년 진료지침 개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고위험군 환자, 사전 허가제 시행으로 접근성 높여야" 

정욱진 회장은 윈레브에어 조속한 급여 진입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전 허가제'를 제시했다. 

그는 “약을 급여로 도입하되, 투여 대상 환자를 엄격히 선별해 사전 심사 후 사용을 허가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심장 이식 보조장치(LVAD) 사례처럼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전문기관에서만 신청·사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윈레브에어는 높은 치료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정 기준을 충족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신속히 투여하되,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만은 희귀의약품 사전심사제를 운영하는데, 이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도 약은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심사를 통해 약제를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윈레브에어는 식약처의 ‘제2차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해 급여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급여 적용 시점에 대한 환자들의 궁금증이 크지만, 현재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 조율 중”이라며 “회사·학회·정부가 협력해 합리적인 약가와 신속한 접근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