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형병원 중심 지원사업, 미지정 중소병원 위기 '고조'
종병 331곳 중 포괄 2차 175곳만 지정…"지역병원 400곳 고사 우려" 당근책 기반 의료생태계 새판짜기 돌입..."12조 재정투입, 지속성 의문" 전공의 가을턴 복귀해도 수련 정상화 시일 필요…"중소병원 기근 지속"
보건당국의 대형병원 중심 지원사업에 중소병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정 병원에 국한된 인센티브 지원이 미지정 병원의 경영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형국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지역·필수의료 강화 차원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병원계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7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175개 종합병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이어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에 투입되는 재정은 필수의료 기능 강화와 기능혁신 성과 지원금 등 연간 7000억원, 3년간 2조 1000억원이다. 선정된 175개 종합병원 당 연간 40억원 규모이다.
세부적으로 중환자실 강화에 연 1700억원, 응급수술에 연 1100억원, 응급실 당직 비용에 연 2000억원 그리고 적정진료 집중과 지역의료 문제 해결, 진료협력체계 실적을 반영한 성과 지원금 등이다.
복지부 선정 명단에서 빠진 종합병원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심사평가원 의료통계 정보에 따르면, 24년 현재 전국 종합병원은 331개소이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서 156개 종합병원이 제외된 것이다. 지원사업 투입 재정에 입각해 지정 기준 허들을 높인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복지부는 매년 참여 병원을 선정해 2차 병원의 질 향상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나 병원계 시선은 차갑다.
지정 병원을 늘려가면서 막대한 재정을 지속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47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3년간 10조원에 이어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3년간 2조 1000억원 등 1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다.
전 정부에서 출발한 지원사업 재정이 새 정부에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모두 재정을 동반해야 하는 정책이다.
여기에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 진료비 증가와 고가 신약 등재, 의료와 돌봄 체계 구축 역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양날의 검이다.
병원계 내부에서는 종합병원과 병원, 요양병원 400개소가 수년 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4년도 기준, 병원 1412개소와 요양병원 1342개소가 지역의료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 질 개선으로 포장된 병원 솎아내기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만성질환과 건강검진, 피부미용 등으로 버티는 동네의원 2만 여곳을 향한 복지부 관리방안도 멀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결국, 복지부가 관리하는 집토끼와 각자도생 산토끼로 이원화된 의료생태계 새판짜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병원협회 임원은 "복지부가 지원사업 명목으로 병원급 관리에 들어갔다.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종합병원과 병원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수년 내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400곳 이상이 문을 닫는 상황이 예상된다. 정권은 바뀌었는데 보건의료 정책은 달라질 게 없다"고 꼬집었다.
사직 전공의들의 가을턴 복귀가 의료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쉽게도 의료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인턴 353명과 레지던트 2179명 등 2532명이 임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턴 정원 3352명과 레지던트 정원 1만 2573명을 합친 1만 5925명 대비 15.9%에 불과한 수치이다.
주요 진료과를 살펴보면, 내과 정원 2005명 중 286명(14.3%), 외과 617명 중 72명(11.7%), 산부인과 672명 중 54명(8.0%), 소아청소년과 818명 중 51명(6.2%), 심장혈관흉부외과 232명 중 24명(10.3%), 응급의학과 753명 중 89명(11.8%) 등이 수련 중인 상황이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9월 전공의 추가모집 관련, 8월 29일까지 수련병원 자율적 모집을 공고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6213명 및 레지던트 상급년차 7285명이 모집 대상이다.
9월 추가모집에 절반 내외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내·외·산·소 등 소위 바이탈 핵심 진료과 충원율은 저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전공의 상당수가 9월 복귀해도 공백 기간을 감안할 때 수련교육 정상화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병원으로 환자 의뢰 회송은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심을 잡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는 데 2~3년은 걸릴 것 같다. 이는 지역 중소병원 기근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