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약이 있는데, 아이들 목숨 걸고 간이식 해야 하나"
[보이스가 만난 사람] 알라질증후군 앓는 15개월 별이 엄마 김나영 씨 "치료제 2개 있지만 급여 전무...수술 후 아이 웃는 얼굴 봐" "같은 길 걷는 부모들에게 힘 되고 파"...자조모임 운영
알라질증후군을 앓는 15개월 된 별이를 돌보는 어머니 김나영씨의 하루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밤새 극심한 가려움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아이의 퉁퉁 부은 얼굴을 쓰다듬고, 전날 저녁 긁어 생채기가 난 부위에 연고를 덧바른다.
별이는 생후 53일 되던 날 갑작스러운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패혈증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황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간 수치를 지켜보다 큰 병원 전원을 권했다.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별이의 변 색이 하얗게 변했다. 담도 폐쇄 가능성이 의심돼 개복 수술까지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 담도가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담즙 배설이 극도로 느린 상태였다.
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2개월이나 걸린다고 해서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결국 개복을 하고 난 뒤 아이는 알라질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질환을 아는 사람조차 없어서 너무 막막했죠.”
알라질증후군(Alagille syndrome)은 유전적 변이로 인해 담관이 선천적으로 발달하지 않거나 수가 적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이로 인해 심한 황달과 담즙정체성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성장 장애, 심장·신장·눈·골격 등의 발달 이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JAG1 또는 NOTCH2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환자 수는 50여 명에 불과해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가려움증은 단순 불편함을 넘어 수면 장애, 식욕 부진, 발달 지연을 유발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간 손상이 심해지면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알라질증후군은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간이식과 대증 치료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담즙 배설을 개선하는 리브말리(성분 마라릭시밋염화물)와 빌베이(성분 오데빅시바트)가 출시되면서 급여권 진입을 위한 채비를 시작하고 있다.
"쓸 수 있는 약이 있는데 아이들은 목숨 걸고 간이식을 해야 하나"
“빌베이는 담당 교수님도 ‘써보자’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임상이 없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는 임상이 있었지만 조건이 우리 아이와 맞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리브말리도 마찬가지예요. 약이 있는데도 국내 제도 때문에 아이가 쓸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합니다.”
김 씨는 치료제 국내 도입 소식을 듣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국민청원, 보건복지부 민원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1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부서가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왜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인지 모르겠다"며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급여나 허가가 늦어지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 같은 환자에게 약은 너무 필요하다. 절박하다”면서 “정부가 이런 환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살펴줬으면 한다. 제약사도 정부도 허가와 급여 협의를 신속히 진행해 결과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머지않아 ‘간이식’이라는 최후의 선택지 앞에 서야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하루라도 늦춰지기를, 그리고 그 사이에 치료제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간이식은 아이 몸에 평생 짊어져야 하는 큰 수술이에요. 성공해도 면역억제제 부작용이나 합병증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약이 있다면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데, 왜 그 기회를 놓쳐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산정특례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아이들은 알라질증후군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어야 한다"면서 "질환에 영향을 주는 심장, 간, 신장, 안과, 척추까지 산정특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치과 치료는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조모임을 통해 간이식을 받은 아이들이 수술 직후 힘들어하다가도 점차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그 웃음이 수술이 아닌 약물 치료로 가능해지는 날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같은 상황의 부모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슷한 길을 걷는 부모들은 서로의 경험과 정보가 절실합니다. 저도 처음엔 너무 막막했는데, 누군가 제 얘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연락 주시면 함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김 씨와 알라질증후군 환아 부모 10여 명은 온라인 밴드를 통해 치료 경험과 아이 돌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김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말했다.
“아이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정부와 제약사가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 주길 바랍니다. 희귀질환이라 해도, 우리 아이의 생명은 숫자가 아니라 소중한 한 사람입니다.”
알라질증후군 환아 별이의 어머니 김나영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동작구 소재 자택에서 진행됐다. 첫째와 12살 터울인 귀한 '둘째'인 별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돌봐야 하는 그의 상황을 고려해서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담담히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 하던 심 씨는 진단 후 절망감에 빠졌던 상황을 회상하며 "그래도 희망이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했다.
그의 그런 신념이 별이를 지금껏 건강하게 지킬 수 있게 한 원인이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에서 자조모임 소개와 참여를 위해 이메일 공개를 요청해 와 그의 메일 주소(nayoung_727@naver.com)을 공유한다.
이 땅의 알라질증후군 환아와 그 부모들이 서로 의지하며 치료제 걱정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세상이 되길 염원해 본다.
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7일)에 리브말리의 약제급여평가위 심의 결과가 공개됐다. 리브말리는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아 급여 진입을 위한 8부 능선을 넘게 됐다.
참고로 리브말리의 국내 시판 승인은 2023년 2월 28일로 이달 초 허가 2년 5개월만에 급여 첫 관문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