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자부심 인사에 달렸다
새 정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월 22일 취임한 지 보름이 지났다.
정 장관은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업무보고를 받으며 현안 파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후보자 시절 압축 보고로 진행된 주요 현안 보고가 부서별 상세 보고로 확대된 셈이다.
의사 출신으로 복지부 과장과 질병관리청장을 역임한 정은경 장관에게 보건의료와 복지 쟁점 현안 중 손쉬운 정책은 없다.
대부분 현장 의견수렴을 토대로 제도와 법 개정 그리고 예산이 동반되는 정책 사업이다.
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사태는 진정 국면에 진입했다.
국회와 의료계, 복지부 물밑 노력으로 근시 일내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남은 숙제는 새 정부 국정과제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의대(의사 사관학교) 신설과 지역의사제, 비대면진료 제도화,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확대, 대안적 지불제도 마련, 의료개혁 공론화 위원회 및 지역필수의료기금 신설 모두 보건의료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대화와 타협, 설득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은경 장관이 이례적으로 취임사에서 공무원들 자부심과 신념을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 장관은 "취임 전 많은 분들로부터 보건복지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갖은 현안에 대응하고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여러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의욕이 저하된 것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면서, 일손이 모자란 곳에 인력이 적절히 보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행복만큼, 여러분의 행복도 함께 고민하는 장관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공무원들의 사기는 인사와 예산으로 판가름 난다.
오랜 기간 공직을 담당한 정 장관 역시 고시와 비고시로 나눠진 관료사회 속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한 행정고시 출신은 과장과 국장, 실장 그리고 차관까지 승진하지만, 9급과 7급 주무관으로 출발한 비고시 출신은 사무관으로 정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복지부 본부 정원 1천명 중 60~70%에 달하는 비고시 공무원들이 느끼는 비애와 상대적 박탈감이 사업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고시 공무원 중 능력 있는 인재를 과장과 국장으로 과감히 승진시키는 결단력을 보여 줘야 한다.
고시 출신 사무관 역시 10년차에 첫 과장이 되는 연공서열 한계를 탈피한 성과 중심 인사 정책이 필요하다.
비고시 퇴직 공무원은 "복지부 후배 공무원들을 만나면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과장 승진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됐다. 신임 장관마다 공정한 인사를 약속하나 고시 중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부서 중 비고시 과장은 몇 자리 안 된다. 선배로서 미안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보건의료 및 복지 국정과제 성패는 현장 의견과 함께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과 소신에 달려있다.
정은경 장관이 훗날 퇴임식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라는 당찬 소회를 남기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