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자부심 인사에 달렸다

2025-08-05     이창진 기자

새 정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월 22일 취임한 지 보름이 지났다.

정 장관은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업무보고를 받으며 현안 파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후보자 시절 압축 보고로 진행된 주요 현안 보고가 부서별 상세 보고로 확대된 셈이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7월 22일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전 정부에서 추락한 공무원들의 자부심과 신념을 강조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의사 출신으로 복지부 과장과 질병관리청장을 역임한 정은경 장관에게 보건의료와 복지 쟁점 현안 중 손쉬운 정책은 없다.

대부분 현장 의견수렴을 토대로 제도와 법 개정 그리고 예산이 동반되는 정책 사업이다.

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사태는 진정 국면에 진입했다.

국회와 의료계, 복지부 물밑 노력으로 근시 일내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남은 숙제는 새 정부 국정과제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의대(의사 사관학교) 신설과 지역의사제, 비대면진료 제도화,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확대, 대안적 지불제도 마련, 의료개혁 공론화 위원회 및 지역필수의료기금 신설 모두 보건의료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대화와 타협, 설득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은경 장관이 이례적으로 취임사에서 공무원들 자부심과 신념을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 장관은 "취임 전 많은 분들로부터 보건복지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갖은 현안에 대응하고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여러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의욕이 저하된 것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면서, 일손이 모자란 곳에 인력이 적절히 보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행복만큼, 여러분의 행복도 함께 고민하는 장관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공무원들의 사기는 인사와 예산으로 판가름 난다.

오랜 기간 공직을 담당한 정 장관 역시 고시와 비고시로 나눠진 관료사회 속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한 행정고시 출신은 과장과 국장, 실장 그리고 차관까지 승진하지만, 9급과 7급 주무관으로 출발한 비고시 출신은 사무관으로 정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 정부에서 촉발된 의료사태는 복지부 공무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 인사과 주관 지난 5월 공무원 심리 상담 모습. [사진=뉴스더보이스 헬스케어]

문제는 복지부 본부 정원 1천명 중 60~70%에 달하는 비고시 공무원들이 느끼는 비애와 상대적 박탈감이 사업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고시 공무원 중 능력 있는 인재를 과장과 국장으로 과감히 승진시키는 결단력을 보여 줘야 한다.

고시 출신 사무관 역시 10년차에 첫 과장이 되는 연공서열 한계를 탈피한 성과 중심 인사 정책이 필요하다. 
 
비고시 퇴직 공무원은 "복지부 후배 공무원들을 만나면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과장 승진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됐다. 신임 장관마다 공정한 인사를 약속하나 고시 중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부서 중 비고시 과장은 몇 자리 안 된다. 선배로서 미안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보건의료 및 복지 국정과제 성패는 현장 의견과 함께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과 소신에 달려있다.

정은경 장관이 훗날 퇴임식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라는 당찬 소회를 남기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