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정책개혁 나서야…경평면제 폐지·제네릭 약가개선 시급”

약사시민단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 맞춰 논평 발표 “생명보다 이윤 앞세운 규제완화 폐기…국민건강권 우선해야”

2025-07-23     최은택 기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이재명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가운데, 약사들로 구서된 보건시민단체가 유산유도제 도입과 제네릭 약가 개선, 공공 의약품 공급체계 구축 등 의약품 정책 전반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23일 논평을 통해 “정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 대응을 이끌며 보건 전문가로서 역량을 입증한 인물”이라면서도 “복지부 수장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의약품 정책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전날 취임사에서 “국민과 의료계가 공감하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일차의료체계 강화, 희귀·난치질환자 의료비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었다.

"54개월째 도입 미뤄진 미프진…복지부 입장 밝혀야”

건약은 우선 유산유도제(상품명 ‘미프진’) 도입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복지부와 식약처는 신속 허가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품목 허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건약은 “식약처는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허가를 미루고 있지만, 이는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복지부가 명확하게 선을 긋고,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책 입장을 즉각 밝히라”고 촉구했다.

현재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정보 접근부터 고비용 시술에 이르기까지 큰 부담을 지고 있으며, “정서적 안정성과 비용, 성공률 측면에서 약물중지가 수술보다 낫다”고 건약은 지적했다.

“제네릭 가격, 미국보다 3배 비싸…경쟁형 약가제 도입해야”

두 번째 과제로 건약은 제네릭(복제약) 가격 문제를 들었다. 건약은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와 함께 약제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미국보다 3배 비싸다는 조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캐나다의 특허의약품가격심의위원회(PMPRB)는 한국을 OECD 국가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제네릭 가격이 높은 국가로 분석했다.

건약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산 기업 수를 제한한 공공입찰 방식의 경쟁형 약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급불안 반복되는 의약품…정부가 공공제조 기반 갖춰야”

세 번째로 건약은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를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질환 치료제, 심혈관제, 항암제, ADHD 치료제 등 다양한 품목에서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약은 “민간 기업의 수익성 논리에 의존한 공급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며 “정부가 첨단 제조시설 확보 등 공공성을 강화한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 검증 절차 생략 말고, 경평면제 폐지해야”

네 번째 과제로는 신약의 약가 체계를 들었다. 건약은 “2015년 도입된 경제성평가 제출 생략제도(경평면제)로 인해 임상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신약이 고가로 등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의 안전성과 건강보험 재정을 동시에 보호하려면, 경평면제 제도를 폐지하고 신약 도입 후 1년 이내 의료기술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육성 명분으로 환자 희생 안 돼”

마지막으로 건약은 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이 국민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 장관이 취임사에서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과 보건의료 R&D 확대를 강조한 데 대해, 건약은 “복지부는 그간 산업육성을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왔다”며 “허가조차 없는 세포치료제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산 의약품 가격을 우대하거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처럼 안전과 재정보다 산업 논리를 우선시하는 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규제완화 조치들을 조속히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의약품 정책, 국민건강 우선 원칙 세워야”

건약은 “보건복지부가 장기화된 의정갈등과 돌봄, 비대면 진료 등 여러 과제 속에서 의약품 문제를 부차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며 “정은경 장관은 시민사회와 함께 국민 건강을 우선하는 의약품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