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직접 환자를 위한 정책 만드는 시대 열 것"

연말까지 3대 과제 선정해 보건복지부·국회에 제안 추진 산정특례 부담률 인하-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약제 급여 확대 논의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임 정책위원장

2025-07-22     문윤희 기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KORD)가 희귀·난치질환 환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 길잡이가 되기 위해 지난 5월 1일 18개 소속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정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신임 정책위원장을 맡은 정진향 KORD 사무총장을 뉴스더보이스가 지난 21일 인터뷰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KORD)가 희귀·난치질환 환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 길잡이가 되기 위해 지난 5월 1일 18개 소속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정책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지 채 50일도 되지 않아, 정책위원회의 중심축이 될 정책위원장에 정진향 사무총장을 선임했다.

KORD 정책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은 정진향 사무총장은 21일 뉴스더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희귀질환 정책은 대부분 외부 전문가 손에 맡겨졌고, 환자는 그저 어려움을 호소하는 입장이었다”며 “이제는 환자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의 주체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위원회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정책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정책위원회는 외부의 정책 제안에 응대하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다”라며 “환자들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정책 생산 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위원장은 희귀난치질환 관련 정책에서 환자와 그 가족이 ‘주체’가 되어 정책을 제안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위원회 출범은 희귀질환 환자단체의 구조적 전환점”이라며 “과거에는 도움을 요청하고 탄원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로서 직접 정책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방향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KORD 내 정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16개 소속 환우회 대표들을 직접 만나 정책 현안을 수렴했고, 각 환우회의 특성에 맞춘 과제를 분석해 왔다.

"치료받을 권리, 선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

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환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희귀질환 환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의료 접근성과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누구도 환자가 되고 싶어서 환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너무 많은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고, 제도의 벽에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 구조를 환자가 직접 깨야 한다”며 “안타깝다, 불쌍하다는 말이 바꾸는 건 없다. 이제 우리는 국민에게, 그리고 정부에게 ‘이런 이유로 이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정책의 언어로 말해야 하며, 그 창구 역할을 정책위원회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단체의 목소리를 하나로…"공동 아젠다 발굴 주도할 것"

희귀질환은 질환 수가 수백 종에 이르다 보니,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 단체마다 상이하다. 이러한 고립된 구조를 깨고 연대의 틀을 만드는 것이 정 위원장의 또 다른 과제다.

그는 “정책위원회를 통해 환우회 간 단절된 흐름을 하나로 잇는 ‘공통된 목소리’를 만드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며 “개별 질환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모든 희귀질환이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진단 지연, 치료제 접근성, 산정특례 제도 개선 같은 현안은 모든 희귀질환 환우회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라며 “각 단체가 따로 움직이던 활동을 공동 아젠다 중심의 구조로 바꾸는 것이 정책위원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환자의 경험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인 데이터이자, 가장 절실한 정책 제안”이라며 “모든 환자단체가 정책 생산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위원회는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정책 개선의 목소리를 이제 시작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는 환자들이 직접 정책을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정책위원회는 연말까지 주요 3대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 정책 제안서를 마련해 보건복지부 및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 중인 안건은 △산정특례 본인부담률 10% → 5% 인하 △희귀질환 통계 구축 및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 △치료제 급여화 확대 등이다.

정 위원장은 특히 산정특례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암은 본인부담률이 5%인데 희귀질환은 10%”라며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난치질환은 암처럼 5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완치 판정을 받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질환별 차이를 무시한 채 설정된 재등록 제도 역시 탁상행정의 결과이며, 환자의 현실을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희귀질환센터 통한 통계 정비 필요”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KORD) 신임 정책위원장.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정 위원장은 희귀난치질환 환자 관련 데이터베이스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희귀질환 통계조차 정확하지 않다.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르고, 데이터 역시 들쭉날쭉하다”며 “국립암센터가 암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듯 국립희귀질환센터를 설립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진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정 위원장은 “희귀난치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급여 대상이 아닌 약제가 많다”며 “생명이 위급한 것은 아니지만, 치료제 유무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국민의 삶의 질 차원에서라도 치료제 접근성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귀난치질환은 단지 의학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존엄하게 살 권리, 행복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이제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직접 정책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제도 변화의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정책위원회가 그 일선에 서서 문을 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희귀질환 환자들은 평생 병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이들에게 '아파도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책위원회의 존재 이유”라며 “치료받을 권리와 행복할 권리는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정책위에 함께하는 환자단체들이 있었기에 위원회 구성도 가능했다”며 “우리 모두가 환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믿음이 정책위원회의 가장 큰 동력”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