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전공의 3대 요구안, 특혜 요구에 불과…수용 안돼”

“조건부 복귀 국민동의 없어…의료공백 재발방지 법안부터 처리해야” 국회 정문서 입법촉구 릴레이 1인 시위 개시

2025-07-21     최은택 기자

전공의들이 1년 5개월 만에 수련병원 복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들이 내건 ‘3대 요구안’에 대해 환자단체가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새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조건으로 내건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전공의 복귀는 특혜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위한 논의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연합회는 이 요구안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및 국민 여론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첫 번째 요구는 의료정책 거버넌스에서 환자·시민 대표 참여를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적 논의 절차를 무시한 매우 실망스러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의료개혁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뿐만 아니라 환자,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전공의들의 ‘현장 전문가 중심 협의체’ 주장만을 앞세우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게 연합회의 판단이다.

두 번째 요구인 의료사고 관련 논의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이미 두 차례 논의기구가 구성됐고, 현재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새 기구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가 운영됐으며, 올해 4월부터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17차례 논의를 거쳐 실행 방안도 발표됐다. 특히 과거 의료계가 주장하던 ‘과도한 사법 리스크’는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형사소송 이전에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 도입이 추진 중이다.

연합회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의사들에 대한 법적 면책이 아니라, 울분과 소송비용, 입증 부담에 시달리는 피해자·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이들이 형사소송 없이도 공정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요구인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필요조건이지만, ‘집단사직한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을 특혜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부의 특례 검토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다.

연합회는 “전공의들은 스스로 ‘자발적 사직’이라 주장했던 만큼, 복귀도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도 윤리성과 인권에 반하는 집단행동의 재발 방지를 전제로 법률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공백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3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 3법은 ▷환자기본법 제정안(2023년 12월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안(2023년 11월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2024년 3월 김윤 의원 대표발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료공백 사태 발생 시 국가의 조사·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아직 발의되지 않은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도 조속히 국회에 상정해야 한다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이 법안은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 유지 진료 영역에 대한 무단 공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회는 “새 정부가 공공의대·지역의대 신설을 추진할 경우 과거 두 차례(2000년·2024년)와 마찬가지로 전공의 집단행동이 재현될 수 있다”며 “이번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반성도, 재발방지 약속도 없이 특혜로 돌아온다면 국민은 또다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22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이들은 발의된 '의료공백 재발 방지' 3법의 조속한 심의와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의 발의를 촉구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정부와 국회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반복될 수 있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비해 환자 보호를 위한 입법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