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로덱스, ‘필수의약품’ 지위 무색…공급 중단 우려 확산
제네릭 등재 연계 약가인하 뒤 내달 가산기간 종료 예정 아스트라제네카 "내부적으로 여러 전략 논의 중" 환자단체 "제약, 수익 논리…정부, 제도 정비해야"
유방암 치료에 필수적인 호르몬 항암제 파슬로덱스(성분 풀베스트란트)의 가산 종료 시기가 오는 8월 1일로 다가오면서 해당 약제의 공급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약제를 국내 공급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대응 여부에 의료계와 환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슬로덱스는 폐경 후 진행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유방암 환자에게 처방되는 오리지널 주사제로 해당 분야에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핵심 치료제 중 하나라는 의미다.
하지만 파슬로덱스의 가산 기간 종료 시점이 오는 8월 1일로 다가오면서 공급 지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파슬로덱스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제로 공급 차질은 곧 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유방암 환우단체 ‘우리두리구슬하나’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지연 대표는 "파슬로덱스는 단독 치료뿐 아니라 병용치료로도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검증된 약제로, 환자와 의료진이 신뢰하는 약제"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겹게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는 환자들에게 일방적인 공급 중단 가능성은 치료의 연속성을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며,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국가필수의약품이라는 제도 자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약가 정책이 공급 중단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이 시간에도 투병 중인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이번 사안은 제약사도 제도도 환자 중심이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 준다"고 지적하면서 "수익 문제로 공급 중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환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수의약품이란 결국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로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환자가 중심이 되는 제도와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파슬로덱스가 단순한 항암제가 아닌, 환자의 치료 경과와 생존율에 직결되는 표준 치료제이자 필수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격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료진은 "파슬로덱스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의 중심에 있는 약제”라면서 "이 약이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환자의 치료 옵션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번 사안의 핵심 주체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로선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8월 1일 약가 인하가 예정돼 있지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점이라 공급과 관련된 구체적 논의를 공유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파슬로덱스는 2023년 가산 기간이 2년 연장되며 현재의 약가 37만 6724원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제네릭 품목인 보령의 풀베트의 경우 현행 약가는 35만 7888원이다.
가산 연장이 중단될 경우 파슬로덱스의 상한금액은 2년 전 기준으로 보면 28만8194원, 제네릭 약제인 풀베트 역시 28만8194원으로 책정되며 동일 약가를 이루게 된다.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 입장에서 제네릭과 같은 약가를 산정받을 경우 채산성을 이유로 시장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 같은 이유로 당뇨병치료제인 포시가(성분 다파글리플로진)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시장 철수 배경에 '글로벌 가격 참조 시스템'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약값이 내려가면 해외에서의 가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가 인하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져 공급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특히 약값이 내려가면 해외에서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 부분에서 민감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