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질환 접근성,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제자리"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위한 전용 트랙 필요” 알라질증후군·PFIC 등 소아희귀난치질환 급여 지연 여전 보험 당국 "생명 가치 최우선…제도 지속 개선”

2025-07-14     문윤희 기자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연구와 정책 토론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소아 희귀질환치료제는 여타 질환이나 성인 치료제에 비해 소외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부장이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국내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김 부장은 "소아 희귀질환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소아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부여할 수도, 박탈할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신속한 치료제 급여를 통한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치료제 접근성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짚었다. 

연합회에 따르면 소속 환자들은 희귀 또는 난치질환 진단까지 평균 3년이 소요됐고, 정확한 진단 명을 받기까지 평균 2.7개의 병원을 내원했다. 기간은 짧아 졌으나 희귀난치질환자들이 여전히 '진단방랑'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전체 응답자 중 약 6%만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치료제를 투약 중이었다. 반면 치료제가 있지만 급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쓰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에 달했다. 또 40%는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희귀질환 접근성 현황 '멀고도 험한 현실'

김진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부장[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연합회는 희귀난치질환 환아 발생 현황을 공개하면서 조속한 치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10세 미만 희귀질환 발병환아의 수는 1202명이었고, 사망자는 51명에 달했다 

김 부장은 "상황은 이렇지만 국내 희귀신약 허가 후 보험등재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26개월이 소요되고 있으며, 최대 87개월 이상 보험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노력으로 치료제 접근성이 조금씩 개선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항암제나 다른 질환 치료제 대비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의 의약품 비중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의 전체 의약품 비중은 2010년 0.09% 대비 2018년 1.44%로 증가했으나 전체 의약품 상승율(평균 4%)에는 3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는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도 국민 중의 한 사람"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고재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교수는 '소아 희귀질환' 중 알라질증후군(Alagille syndrome)을 사례로 치료제 접근성의 문제를 짚었다. 

알라질증후군은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간, 심장, 눈, 얼굴, 척추, 신장 등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기관 질환이다. 간에서 담즙을 배출하는 관(담관)의 발달 이상으로 담즙 정체가 생겨 간 손상이 나타난다.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75%는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수면장애, 학습장애, 가족의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 대부분의 경우 간경화로 발전돼 결국은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간이식은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 복용, 외과적 합병증, 거부반응과 감염 등의 발생 확률이 높아 의료계에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있다. 

고 교수는 "알라질증후군의 간이식 생존율은 통상적 간이식보다 낮다"면서 "담도폐쇄환자의 간이식과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간이식 경과를 비교한 결과 1년 생존율은 담도폐쇄가 95%, 알라질증후군은 86%로 낮았으며, 심장질환, 신장질환을 동반하는 등 수술 후 위험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라질증후군 치료제는 리브말리액, 오데빅스뱃 등으며 리브말리엑은 2023년 3월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고 교수는 리브말리액을 소개하며 "임상을 통해 혈청 담즙산 농도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환자의 84%에서 가려움이 호전되고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임상 결과 48주후 가려움증, 혈청 빌린루빈, 혈청 담즙산의 농도가 6년이상 이식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리브말리액은 2021년 FDA 승인과 국내 허가 소식으로 환자와 보호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큰 기대와 희망이었지만 현재까지도 국내에서는 급여가 지연되어 실제 처방 환경에서는 쓰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아기는 질병개입의 결정적 시기로, 이 시기를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손상으로 이어진다"면서 "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치료기회가 제한되고, 급여 등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신속한 급여를 위해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PFIC(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을 주제로 한 발표를 맡아 소아 희귀난치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주도의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PFIC은 희귀 유전성 간질환으로, 간세포에서 담즙(쓸개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담즙이 간에 쌓이고 결국 간손상 및 간부전으로 진행돼 결국 간이식으로 이어진다. 

고 교수는 "PFIC은 희귀 유전성 간질환으로, 간세포에서 담즙(쓸개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담즙이 간에 쌓이고 결국 간손상 및 간부전으로 진행돼 결국 간이식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에는 5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극희귀질환으로 현재 사용되는 약제는 리팜핀, 우루사 등이 있지만 치료제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의 치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의 문제점도 짚었다. 

고 교수는 "검진을 위해 유전체분석을 해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환아 가족은 치료를 못해준다는 부담과 경제적 문제로 고통을 받게 된다"면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유소아 중증의심환자 대상 유전체분석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 접근성에 대해서는 앞서 발제한 고재성 교수와 입장을 같이 했다. 

고홍 교수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고가이며 소아 적응증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식약처 승인과 보험 등재의 지연 이유가 된다"면서 "조속한 도입이 필요한 약제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해 신속하게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약 빌베이가 있지만 현재까지 급여 진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약 접근을 위한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대상 희귀난치질환치료제, 별도 신속 등재 트랙 만들어야"
 
이어진 토론에서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소아희귀질환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생 회복이 어려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서 "이는 생존을 넘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 사무총장은 희귀난치질환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소아대상 치료제 별도 신속등재 트랙 운영 ▲등재 기준에 소아 생애 전체에 미치는 영향 감안 ▲환자의 목소리 정책 반영 등을 제안했다. 

그는 "치료제가 국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실제 환자가 그 약을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 희귀질환치료제, 특히 소아 대상 치료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속 등재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적 관점에서만 판단하는 비용효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치료가 한 아이의 생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총장은 "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면서 "환자단체가 정식으로 자문기구나 평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 당국 “제도 정비 통해 생명 가치 우선…지속 개선”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이날 토론회에서 보험 당국 관계자들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제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실제 많은 약제가 급여를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희귀질환, 특히 소아 대상 치료제는 급여 여부나 수준을 결정할 때 임상적 유용성뿐 아니라 생명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허가·평가·협상 단계를 통합한 시범사업을 통해 등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려는 제도를 추진 중이며, 향후 제도화할 계획”이라면서 "더 위험한 신약, 대체 치료제가 없는 약제에 대해선 등재 우선순위를 부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실장 역시 “희귀질환은 특성상 데이터가 부족하고 장기적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제도 운영이 불가피하다”며 “생명을 우선으로 고려해 경제성평가 생략, 위험분담제도(RSA) 확대 등을 통해 접근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RWD(실제임상자료) 기반의 전향적 자료 수집을 통해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있으며,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 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 부장은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는 질환의 중증도가 높고 대체약제가 없어 약가협상 시 임상적 가치와 치료적 요구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제약사와의 사전협의 및 협상 등을 통해 등재 속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희귀질환 치료제는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본인부담 완화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별등재제도의 틀 안에서 급여 우선순위, 재정 영향, 이해관계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희귀질환 급여 확대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보험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정환 데일리팜 기자는 “건강보험은 전 국민이 재정을 분담하는 사회적 합의 기반의 제도”라며 “경증 질환 본인부담 확대와 같은 새로운 논의도 공론화되어야 하며,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정책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급여 진입을 위해 별도 기금 마련 등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관련 제도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만큼, 기획재정부와의 적극적 협의와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