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협진 개념 도입?...의협 "무분별한 제도화 반대한다" 

전진숙 의원 대표발의 의료법개정안에 국회-복지부에 의견 제출 예정

2025-07-10     엄태선 기자
대한의사협회 전경. [사진=대한의사협회]

"비대면 방식의 의료 제공에 있어서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적절한 의료의 이용 패턴 변화, 상업화 등으로 인한 의료비 급증, 의약품 오남용 및 오진 가능성 등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이같은 내용의 반대의견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기존의 원격의료 개념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 협진 개념을 도입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구체적 허용 범위 등에 대한 사항 규정이다. 

의협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의료기관 접근성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공급 취약지역 등의 의료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환자와 의료진 간 직접 대면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이를 기준으로 의사-환자 간의 의료를 제공해왔기에, 자칫 개정안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에 대해 초기 논의 단계에서부터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이라는 4대 원칙을 제안한 바 있으며, 비대면진료의 무분별한 제도화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이어 "정부 또한 시범사업 당시,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으며, WHO 역시 비대면진료를 대체가 아닌 보완의 개념으로 권고하고 있어, 표준적인 대면의료를 보완하기 위한 비대면진료의 방법으로 국민들의 편익과 안전에 부합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그간 의료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한 각계각층 간 다양한 논의가 이어진 바 있으며, 의료의 질적 수준과 안전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 가치임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의협은 전했다. 

반면 정부는 명확한 근거 없이 코로나19 상황이나 의정갈등 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 기준, 대상, 범위 등에 대해 근거없이 임의로 변경하며, 의대정원 확대 논란 속에서 의료접근성 향상을 내세워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전면 확대로 인해 민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대면진료 이용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 본연의 목적에 반해 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법안은 비대면진료 수단으로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 활용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진료 과정 중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소통과 정보 교류가 전제돼야 하나, 현행 비대면진료의 경우 대부분 유‧무선 전화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다만 인프라 구축 및 원활한 의료이용에 따르는 지원 체계가 취약한 상황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나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이 오히려 의료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컴퓨터를 통한 SNS, 채팅 등 무분별한 진료 서비스 제공 방식의 문제가 파생될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리처방의 경우 의료법상 의식이 없는 환자, 동일 상병으로 장기간 동일처방이 이루어진 거동이 현저히 곤란한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하지만 이러한 대리처방 대상 환자들에게 비대면으로 모든 상병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한다면 환자의 건강권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며 이러한 환자일수록 방문 진료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의사가 직접 확인해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환자'의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역시 치료 보다는 이용 편의에 중점을 둔 기준이라며 진료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증상을 명확히 표현해야 오진의 위험성을 낮춘다고 지목했다.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와 달리 환자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진찰 및 검사 등이 동반되기 어려워 환자의 설명이 중요하지만 소아 환자나 고령 환자의 경우 본인 증상에 대한 표현이 불명확하거나 비전형적인 표현을 함에 따라 보호자의 설명뿐만 아니라 환자 평가, 활력 징후 측정, 청진 촉진, 시진 등 기본 진찰 행위가 반드시 동반돼야 오진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동일 질환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내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본 환자의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가능하게 할 경우 질환 종류에 관계없이 무분별한 비대면진료를 가능토록 하는 현 비대면진료의 문제점을 허용하는 것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환자 수요가 높아지므로서 오히려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진료로 야기되는 의약품 오남용 문제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적정 처방 일수뿐만 아니라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 의약품, 의약품 약배송 등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의협은 "해당 법안은 인터넷 매체(앱 포함)를 활용해 본인 확인, 비대면 진료 실시, 처방전 전달 등을 허용하고 있으나, 민간 플랫폼 운영자가 진료 관련 개인정보에 접근할 경우, 정보 보안상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면서 "의료법상 진료기록은 의료기관이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진료기록 등 전송이나 관리, 중개시에도 관련 시스템을 공공기관에 위탁 관리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이를 보유·관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법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목했다. 

여기에 "최근 USIM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에 단순 신고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및 위반 시 처벌 규정이 미비해 무분별한 사업자 난립이 우려되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인과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협은 이에 "국민의 의료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특히 민간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의 법제화는 의료의 공공성과 의료인 및 환자의 권익 보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에도 협회는 바람직한 비대면진료 제도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관련 연구와 정책 제안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