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약가 제도, 기업 투자 결정의 걸림돌”
안정훈 교수, R&D 유인책 부재…세제지원도 ‘글로벌 최저 수준’ “신약개발 의지 보장하는 시스템 필요”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기업의 R&D 투자 예측성을 저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제약바이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예측 가능한 약가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기해 온 산업계의 목소리와 일맥상통한 학계의 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는 재정절감을 유도한 저가 공급에도 불구하고 약가를 추가 인하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이중규제’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R-zone’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발간한 'KPBMA FOCUS 제30호'에 'R&D 투자 지속을 위한 예측 가능한 약가관리 제도'를 주제로 한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신약 개발 투자 확대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인하제 ▲사용범위 확대 약가 사전인하제 등으로 인해 동일 약제의 반복적인 약가 인하가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규제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 투자 계획 수립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는 약가를 추가 인하하는 구조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이중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 국가와 국내 제도를 비교했다.
안 교수는 "일본, 대만, 프랑스 등 주요국은 ‘R-zone’(약가 인하 면제 구간) 제도를 운영하거나, 총액 예산제 등을 통해 재정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면서 "독일은 실거래가 약가인하제 자체를 운영하지 않으며,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위해 가격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R&D 유인책 부재와 세제지원도 ‘글로벌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국내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은 OECD 평균의 1/7 수준인 2%에 불과하다"면서 "이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세액공제, 환급, 특허소득 우대세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제도 개선을 위해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에 ‘R-zone’ 도입으로 저가 공급 유인 및 이중규제 방지 ▲제형별 쏠림현상 해소를 위한 감면율 차등 적용 ▲R&D 투자 규모와 연계한 약가 인하율 차등 감면제도 도입 ▲임상 단계별 세액공제 확대, 해외 임상비용 증빙 간소화 ▲소득에 대한 우대세율 적용(‘특허박스’) 및 R&D 장비 감가상각 기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마지막으로 "예측 가능한 약가관리체계를 통해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혁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면서 "약가정책이 단기적인 재정 효율성만을 강조할 경우, 국산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물론, 환자 접근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