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지연 '웰리렉', 재정 논리에 환자들 치료 포기"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인권위·권익위에 진정서 제출 "명백한 의료 접근권 침해, 치료받을 권리 박탈" 비판

2025-07-04     문윤희 기자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제인 웰리렉을 경제적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헌법상 건강권·생명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Syndrome, VHL) 환우회의 호소문과 탄원서 [사진=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지난 3월 두 번째 급여 진입 도전에 고배를 마셨던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Syndrome, VHL) 치료제 '웰리렉'(성분명 벨주티판)의 조속한 급여화를 촉구하며, 관련 환자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VHL은 중추신경계, 신장, 망막, 췌장 등 다양한 장기에 종양이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반복적인 수술과 재발을 겪으며 평생 투병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환자의 약 50~70%는 신장암 등 악성 종양이 동반되며, 방치할 경우 장기 기능 저하, 장애,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웰리렉은 VHL 치료에 사용되는 유일한 표적치료제로, 지난해 국민동의청원 5만 명을 돌파하며 2024년 8월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급여 진입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 복지위 청원소위에서 조속한 급여 적용 검토를 주문했지만,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급여 진입이 잇따라 무산되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3일 "경제적 이유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헌법상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웰리렉은 현재 비급여 약제로 분류돼 있으며, 성인 기준 한 달 약값이 2,261만 원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정량보다 적은 양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료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복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명백한 의료 접근권 침해”라며 “치료받을 권리와 생명권이 재정 논리에 의해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가 제출한 진정서에는 ▲VHL 환자들의 생명권·건강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희귀질환 환자의 약제 접근성과 평등권 보장의 필요성 ▲건강보험 급여 적용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재학 연합회 회장은 “국내 VHL 환자는 연간 10명 내외로 매우 적은 수”라며 “해당 약제를 급여로 전환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강권과 생명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환자의 기본권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