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고인슐린증 치료 혁신신약 개발에 ‘긍정 신호’
에페거글루카곤, 2상 중간결과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 아이벡스프로글리셈 대체할 혁신 신약으로 주목
극소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극희귀질환,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국내 제약사가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이 한국, 영국, 독일, 미국,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에페거글루카곤(HM15136)이 최근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와 유럽내분비학회(ESE)에서 성공적인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에페거글루카곤은 한미약품이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약제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두 학회에서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코호트 1에 등록된 8명의 환자를 8주간 치료한 후,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유효성을 평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에페거글루카곤은 안전성과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활력 징후, 신체 검사, 실험실 안전성 지표, 심전도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치료 중단을 초래할 부작용이나 특별한 우려 사항도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전체 투여 기간 동안 저혈당(혈당 <70mg/dL) 및 심각한 저혈당(혈당 <54mg/dL)의 발생 빈도와 지속 시간이 의미 있게 감소했으며, 약물의 평균 반감기는 146시간으로 나타나 주 1회 투여 제형으로서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영국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의 안토니아 다스타마니 박사는 “현재까지 관찰된 에페거글루카곤의 안전성과 유효성 프로파일은 매우 유망하다”며, “임상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약물의 임상적 효과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페거글루카곤은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 가능한 제형으로 개발 중이며,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진호 교수가 임상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주로 신생아 및 소아에게 발생하는 심각하고 지속적인 저혈당 질환으로, 인구 3~5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환자의 약 60%는 생후 한 달 이내에 진단을 받는다.
조기 진단과 철저한 관리로 저혈당으로 인한 뇌손상을 막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경련, 학습장애, 실명, 뇌성마비,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는 테바의 아이벡스프로글리셈이 유일하나, 지난 2023년 국내 허가가 취소되며 한때 공급이 중단되었다. 이후 식약처가 긴급사용의약품으로 지정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다만, 공급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접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식약처장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실질적 치료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올해 말 임상 2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기술수출과 자체 임상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임상 3상을 직접 진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수출과 자체 임상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무엇보다 약제를 끝까지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자체적으로 임상 3상을 수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선천성 고인슐린증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6억 7500만 달러(한화 약 924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