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정책 제안 '봇물'…"환자 위한 정책 만들라"
'대선' 앞두고 각 환우회 성명·정책 제안 줄이어 환연, 보건복지부 내 환자담당 부서 신설 제시 "환자 위한 인식개선·신약 출시 ·의료 지원 나서야"
내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환자단체들이 치료환경 개선과 환자 권익 실현을 촉구하는 성명과 정책 제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필두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자가면역질환연합회(KAIDA),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폐암환우회, 1형당뇨병환우회 등 정책 개선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환우조직을 중심으로 환자중심 정책 제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이들은 '환자 중심 치료 환경 개선'을 목표로 세부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환경 구축에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환자기본법'과 '환자정책국 신설'을 대선 후보들에 정책 제안으로 제시했던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각 당의 대선후보는 우리가 제안한 6대 환자정책을 검토하고 대선공약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환연의 7대 환자정책으로는 △환자기본법 제정 △보건복지부 환자정책국 신설 △환자투병 통합지원 플랫폼 설립 △신약의 신속한 환자접근권 강화 △간병사 제도화 △장기이식 필수비용 국가책임제 △환자중심 응급의료체계 개혁 등이 포함돼 있다.
환연은 "환자의 투병과 권익을 위한 정책과 입법이라면 의료계의 반대에도 주저하지 않고 추진하는 약자를 대변하는 정부를 원한다"면서 "투병과 권익에 있어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정부를 원한다"고 정책 제안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환연은 국내 최대 환우단체로 거듭나는 중이며 소속된 환우회 단체로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환자 단체 10곳과 여기에 소속된 환자 인원만 9만 2천여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희귀난치질환 환우회가 집결돼 있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역시 각 당에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적 지원 사항을 정책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회가 제시한 정책 지원 사안들은 △희귀질환 조기 진단을 위한 신생아선별검사 확대 △산정특례 자기부담금 5% 적용 △산정특례 등록제 시행 △비급여 항목 급여화와 보장구 현실화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대상 마약류 치료제 처방 제한 허용 △희귀질환 치료제이나 일반적인 이유로 인해 받는 차별 해소 △희귀질환 가임부부도 임신과 출산 국가 지원 △희귀질환자의 치과치료 전문기관 전국 개설과 전문의료진 양성 △희귀질환자 홈케어를 위한 ‘희귀질환관리사’ 제도 도입 △희귀질환자에게도 성인 자립 가능하도록 취업 혜택 및 희귀질환 연금 △난치성질환을 관리하는 정부 조직 구성 △희귀질환환자단체의 국가지원 제도화 △희귀질환 자가의약품 관세, 부가세 면세 △희귀질환 복지서비스 지원 추진 역할 부서 지정 △희귀질환특별기금 조성 등 15개 사안에 달한다.
정진향 희귀난치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환자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비급여 항목 지원의 확대가 필수적이며, 희귀질환 관련 재활치료의 급여화 및 환자들이 희귀질환 전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적 기관의 운영이 필요하다"며 "희귀난치질환을 전담할 수 있는 정부의 관련 부서도 설립이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단체들이 모여 올해 연합조직을 구성한 한국자가면역질환연합회(KAIDA) 역시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과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질환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치료 환경의 개선을 통한 치료 형평성 확보와 제도 개선"이라면서 "건강보험 기준의 일관성 확보, 신약 접근성 향상, 환자 삶의 질 제고 등이 우리가 요구하는 개선 사항들"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보건의료 및 복지 정책의 체계적 반영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 강화 (예: 교차 투여 급여 인정 등) △질환별 편견 해소를 위한 공공 인식 개선 캠페인 확대 △질환 등록 및 실태조사 기반의 데이터 구축과 연구 지원 강화 △환자 중심의 복합적 지원 체계 마련 및 거버넌스 확립 △각 환자 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통 구조 구축 등을 요구했다.
KAIDA는 궤양성대장염, 류마티스관절염, 중증 아토피, 크론병, 강직성척추염, 건선 등 주요 자가면역질환 환자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이례적으로 관련 학회와 손잡고 정부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사고 발생 시 신속한 피해구제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소아 고위험·고난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국가 책임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우회와 학회는 또 "'고위험·고난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수사 리스크가 의료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정적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책임 있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책 개선 사항으로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수용을 위한 법제화 ▲의료진의 의료 과실에 대한 신속한 피해 구제 및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보험료 국가 지원 등 공적 배상체계 마련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의료분쟁 조정 관련 기관의 조정·중재 절차의 객관성과 전문성, 공정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한국폐암환우회는 폐암 조기검진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주축으로 하는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환우회는 현재 시행되는 흉부 X-ray 검사로는 폐암 조기검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AI 기반 흉부 X-ray 판독보조시스템 도입'과 함께 ▲폐암 국가 검진 ‘저선량 흉부 CT 검사’ 대상자 확대 ▲실효성 있는 국가 암 예방 정책을 위한 조직 구성 ▲국가암관리법에 명시된 암 예방 교육, 홍보사업 활성화 등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살 율아와 아빠의 170km 강행군, '다시 시작'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도 정책 제안에 대한 행보를 이어간다.
환우회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 세종에서 서울 용산까지 170km를 도보로 이동한 1형 당뇨 환아 '8살 율아'와 아빠의 행군이 올해 5월 다시 시작된다고 밝혔다.
올해 9살이 된 율아는 아빠와 함께 1형 당뇨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중증난치질환 인정 등 환우회가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왔던 숙원사업을 대통령 후보에 전하기 위해 24일부터 걸어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까지 이동한다.
9살이 된 율아에게 1형당뇨로 인한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이번 행군을 다시 결정한 아빠 박근용 씨는 뉴스더보이스에 "태안 1형 당뇨 일가족 사망이 언론과 사회적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미미하다"면서 "1형 당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아이들의 생명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형 당뇨인들과 가족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제도와 포용받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정치는 생명을 살릴 수 있어야 하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는 의지를 전했다.
박근용 씨와 딸 율아의 강행군은 지난해 서울 용산이 목표였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1형 당뇨 환자의 어려움과 정책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행군을 시작했지만 뜻은 이루지 못했다.
올해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필두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박 씨는 "어떤 정당이든, 어떤 진영이든 생명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함께 손잡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저혈당으로 생명을 잃는 현실, 그리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고통을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정치가 국민의 곁에 있다는 증명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간 1형당뇨병환우회는 보건당국에 ▲1형 당뇨 중증난치질환 인정 ▲췌장 장애 인정 ▲췌도부전으로 병명 변경 ▲19세 이상의 성인 대상 기기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해 왔으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환우회가 대선을 앞두고 질환마다 필요한 정부 지원 사안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준비 중에 있다.
연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제25회 환자샤우팅카페'를 열고 '환자의 아픔을 듣고, 답하다!'를 주제로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환자정책을 발표한다.
이번에 샤우팅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대학병원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 거부해 사망한 5살 김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가 나선다.
환연은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대선후보가 지금까지는 한 명도 없었다"면서 "환자와 환자단체는 이번 환자샤우팅카페를 통해 환자의 아픔과 요구를 들은 대선후보들이 추가적으로 환자정책 공약을 발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