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미국 진출 '청신호'
미국 3상서 PPI 대비 우월성 확인…글로벌 시장 경쟁력 시험대
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미국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임상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경쟁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의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Sebela Pharmaceuticals)는 미란성 식도염(EE)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NER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TRIUMpH)에서 1차 및 2차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유럽 등 다국가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으로, 케이캡의 미국 허가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시험으로 평가된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케이캡은 기존 표준 치료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란소프라졸 대비 2주와 8주 치료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유율 우월성을 보였다. 특히 중증 환자로 분류되는 LA 등급 C·D 환자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됐다.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케이캡은 가슴쓰림 증상 완화, 야간 증상 감소, 위산 역류 개선 등 주요 지표에서 위약군 대비 의미 있는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보고됐다. TRIUMpH 연구에서 개별 이상반응 발생률은 3% 미만으로 대부분 경미하고 일시적인 수준이었다.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 역시 2% 미만으로 케이캡, PPI,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연구 기간 동안 환자들의 평균 혈청 가스트린 수치가 정상 범위를 유지해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세벨라는 현재 진행 중인 ‘미란성 식도염 유지요법’ 임상 3상 시험을 올해 3분기 내 마칠 예정이다. 이후 2025년 4분기에는 미란성 식도염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적응증을 포함한 신약허가신청(NDA)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주요 소화기학회에서 발표되고 국제 학술지에도 투고될 예정이다.
앨런 쿡 세벨라 파마슈티컬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테고프라잔이 미란성 식도염 환자에서 란소프라졸 대비 우수한 치유 효과를 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기존 PPI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캡은 위산 분비를 차단하는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계열 약물로, 기존 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과 안정적인 위산 억제 효과가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 1상 임상에서도 식이 영향 없이 투약 후 약 45분 이내에 위 내 산도를 pH 4 이상으로 빠르게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약물 특성이 기존 치료에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시장은 PPI 계열 약물이 주도하고 있지만, 약효 발현이 느리고 야간 증상 조절이 어려운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케이캡의 미국 임상 성공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케이캡은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빠르게 처방이 확대되며 국산 신약 가운데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까지 누적 처방액은 약 7054억 원에 이른다.
또 케이캡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8개국과 기술수출 또는 완제의약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가운데 15개국에서 이미 출시됐다. 미국 시장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매출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대한민국이 개발한 신약 케이캡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세벨라와 브레인트리와의 협력을 통해 테고프라잔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케이캡의 미국 진출 여부가 국산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임상과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케이캡의 성과가 향후 국산 신약 개발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