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사실혼인자, 진단서 대신 교부?..."객관적 사실확인 어렵다"

의사협회, 김정호 의원 대표발의 의료법개정안에 반대의사 표명

2025-04-18     이창진 기자

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도 환자의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환자 대신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개정안에 의료단체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경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정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같은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타진했다. 

개정안은 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환자의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환자 대신 교부받을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혼인의 의사',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나 이 요건들은 내용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정해진 구비 서류나 증명 기준이 모호하므로 의료기관 측에서 사실혼 관계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나 판단이 어렵다"면서 "더불어 현행법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의무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며 교부를 요구할 경우, 의료기관은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환자의 진단서·검안서·증명서는 상속, 장례, 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효과가 수반되므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까지 교부의 대상을 확장함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환자의 진단서·검안서·증명서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를 진료, 즉 진찰과 치료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를 기록한 내용"이라며 "개정안을 비롯한 환자의 진료기록과 관련된 각종 입법은 환자의 진료기록이 환자의 소유임을 전제로 하지만, 진료기록의 생성과 환자의 상태 판단에 따른 의료인의 소견 등을 작성한 정보의 주체는 의료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단서·검안서·증명서의 작성 및 교부에 있어 관리의 주체는 의료 기관이므로, 관련 법적 분쟁에서 개인정보 관리 소홀을 이유로 의료기관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소지가 있어 의료기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면서 "현행 의료법이 환자 진료기록의 열람 및 교부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는 개인의 진료기록은 헌법상 보장받아야 할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환자의 데이터 정보 보안 의무 및 유출에 대한 책임을 정보 관리자에게 강력히 요구하는 현실에서, 그 증명 방법조차 모호한 사실혼 배우자의 요청만으로 의료기관이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교부하도록 함은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목하고 반대의사를 재차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