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피해 사각지대 줄인다…보험 의무가입 품목 확대 추진
비이식형 의료기기까지 적용 확대 검토…환자 피해구제 강화 식약처, 배상책임보험 제도 개선 연구 착수
의료기기 결함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정부가 배상책임보험 제도 개선에 나선다. 특히 인체이식형 의료기기에 한정돼 있는 보험 의무가입 제도를 확대하고, 환자 피해 구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료기기 결함으로 인한 환자 피해에 대한 배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기 배상책임보험(공제) 가입 품목 확대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추진한다.
식약처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의료기기 결함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수입업체의 배상 능력과 관계없이 피해자가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배상책임보험(공제) 제도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주로 인체이식형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부 의료기기에서 발생하는 환자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식약처는 보험 의무가입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제도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를 위해 올해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는 위탁계약 체결 이후 약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 의료기기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국내외 의료기기 품목별 중대 부작용 발생 현황과 보험금 청구 사례, 제조물책임법(PL법) 관련 소송 및 분쟁 사례 등을 조사하게 된다.
또 비이식형 의료기기 가운데 사망 등 중대한 부작용 발생 위험도와 이상사례 신고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험 의무가입 대상 확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를 바탕으로 업계의 가입 의무 이행을 유도할 수 있는 단계적 정책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보험금 규모와 보험료 산정 기준 등 세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의료기기 품목 특성과 업계 상황을 반영해 적정 보험금 수준과 보험료, 공제 요율, 배상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의료기기 배상책임보험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운영 방향도 함께 제시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나 수입업체가 품목을 취하하거나 폐업할 경우 환자 피해 보상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된다.
해외 제조사의 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예외 규정도 재검토된다. 현재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해외 제조·판매업자가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한 경우 해당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의 보험 가입 의무는 면제된다.
식약처는 해외 보험의 실제 배상 절차를 조사해 국내 보험 가입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피해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험 가입 예외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는 법령 개정 방향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도입 가능성도 함께 검토된다. 연구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구조와 국제적 제도 운영 사례 등을 분석해 피해구제 제도 도입 시 정착 가능성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의약품 분야에서 이미 운영 중인 제도와 유사하게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결함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보다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 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보험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 업계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환자가 안심하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의료기기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될 경우 기업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산업 현실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환자 피해를 줄이고 신속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보험료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산업 구조와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료기기 배상책임보험 제도 개선 방향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