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간병 급여화 첫 단추 ‘표준화’…연내 간병서비스 기준 만든다

복지부, 요양병원 시범사업 구체화…전면 급여화 시 보험 재정 마련 과제 상반기 연구결과 도출, 하반기 지침 마련 "체위변경, 환자식사 등 개념 설정"

2025-04-01     이창진 기자

[이슈분석=간병서비스 표준안]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간병비 부담을 건강보험으로 흡수하려는 제도 설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간병 급여화의 출발점으로 ‘서비스 표준화’를 택하고 연내 기준 마련에 착수했지만, 재정 조달과 전달체계 개편, 직역 간 역할 조정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면서 정책의 난도가 크게 높아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의료법 시행에 대비해 올해 12월을 목표로 간병 서비스 표준안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요양병원 중심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 급여화 방안을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간병 급여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초고령사회 대응 핵심 과제로 꼽히지만, 실제 제도화 단계에서는 재정 지속가능성과 적용 범위 설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경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요양병원 간병지원 1차 시범사업 기관 20곳을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은 의료최고도·의료고도 환자와 장기요양 1·2등급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와 요양을 통합 판정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작년 시범사업은 인건비 지원 방식으로 설계돼 재원 조달 구조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국비로 간병인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병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순간 단순 지원사업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는 간병 급여화와 관련된 법안이 10건 발의돼 있으며, 일부 개정안에는 요양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모델을 접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다만 법제화 논의가 서비스 범위와 재정 추계 없이 진행될 경우 정책 실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과 급성기병원은 입원 기간과 환자 특성이 뚜렷하게 다르다”며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것인지, 필요한 재정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초기부터 전면 적용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구조와 한계…국비 의존 모델, 건보 전환 시 ‘재정 충격’ 불가피

현재 운영 중인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은 제도 설계의 ‘실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 기관에는 간병인 인건비의 50~60%가 국비로 지원되고 있으며, 간병인 1인당 월 인건비는 약 267만원 수준이다. 병원 1곳당 최대 환자 60명 기준으로 간병인 27명을 배치하는 구조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간병 서비스 제공 기준과 인력 배치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동시에 현행 구조가 국비 지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전환 시 재정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 시범사업은 정책 효과와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전면 급여화로 전환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으로의 이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적용 범위가 요양병원을 넘어 급성기병원까지 확대될 경우 연간 수조원대 재정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 내부에서는 적용 대상과 급여 수준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 정책 전문가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간병 급여화는 단순히 재정 투입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원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급여 확대 속도와 재정 관리 전략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진행 중인 간병 시범사업 모형도. [사진=보건복지부]

표준안이 ‘제도의 기준’…간병 행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정부가 간병 급여화의 첫 단계로 ‘표준화’를 택한 이유는 간병 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이 아직 제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간병인의 직무 범위와 역할,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표준지침 마련에 착수했으며, 연구용역을 통해 상반기 중 결과를 도출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체위 변경이나 식사 보조 등 기본적인 간병 행위는 비교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영양관 관리 등 일부 행위는 의료행위와의 경계가 모호해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인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의료행위와 간병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표준안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향후 급여 인정 범위와 비용 산정 기준을 좌우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기준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간병 서비스의 표준화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서비스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직무 범위 설정과 함께 교육·자격 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달체계·직역·인력까지 재편…간병 급여화는 ‘구조 개혁’

간병 급여화는 단순한 보장성 확대 정책을 넘어 의료·요양 전달체계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 개혁 과제로 평가된다.

요양병원과 급성기병원은 환자 특성과 입원 기간에서 차이가 커 동일한 급여체계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급성기병원은 별도 체계로 접근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중심으로 제도를 안착시킨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급성기 영역은 환자 특성과 치료 강도를 고려해 별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도 핵심 변수다. 의료계는 간병인의 역할 확대가 간호 인력 업무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간병계는 직무 확대에 따른 처우 개선과 교육·자격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간병 급여화는 보건의료 인력 구조와 노동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직무 기준, 교육체계, 감독 시스템을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 시행 이후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간병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 ▲의료·요양 전달체계 ▲보건의료 인력 정책이 맞물린 복합 개혁 과제다. 연내 표준안이 마련될 경우 제도화 논의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 지속가능성과 직역 간 조정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책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