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레미, 근본적 치료제로 가능성 입증…치료 문턱 낮춰야"

이성은 교수, 한국 환자 대상 2상 연구 중간결과 발표 투여 48주차 완전혈액학적반응 63%, 분자학적반응 57% 달성 "베스레미, 치료 휴지 가능성 열어…잠재적 완치 가능성 시사"

2025-03-27     문윤희 기자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진성적혈구증가증은 골수의 체세포돌연변이가 골수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켜 적혈구를 과다 생성하는 희귀 난치성 혈액암이다. 골수 내 비정상적 혈액 세포의 생산으로 혈액 농도가 진해져 혈전증, 색전증 등 심장계 합병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골수섬유증,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같은 악성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혈전증 예방과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며 저렴한 치료 비용을 가진 하이드록시우레아가 1차 표준 치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고, 내성이 발생할 경우 적혈구 용적률(hematocrit) 조절이 어려워 혈전증이나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해 기대 여명이 1~2년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사  3세대 모노-페길화 인터페론인  베스레미(성분 로페그인터페론 알파-2b)가 유럽에서  PROUD/CONTINUAION-PV라는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  EMA허가를 따내면서 환자들의 치료 기회는 넓혀지게 됐다. 

베스레미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캐나다 등에서 잇따라 출시되며 전세계적으로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을 위한 최초 인터페론계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비급여 약제로 남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요원한 상태다. 

2021년 국내 허가 이후 약 5년간 급여 진입을 위한 시동을 걸었던 베스레미는 최근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며 다시 한번 급여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대한혈액학회 골수증식종양연구회에서  베스레미가 국내 임상 환경에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연구자 주도 임상을 파마에센시아에  제안해 진행된 임상 2상은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세포 감소 치료(cytoreductive therapy)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내 16개 기관, 95명의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가 참여한 연구에서 완전 혈액학적 반응(CHR)은 12주차 27%에서 48주차 63%로 증가했고, 분자학적 반응(MR)도 12주차 32%에서 48주차 57%까지 상승했다. 특히, CHR을 달성한 환자군은 비달성군 대비 JAK2 V617F 돌연변이 부담 감소폭이 유의하게 컸고(-57.4% vs. -16.1%, p<0.0001), CHR과 MR 간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와함께 이번 연구는 기존 대규모 연구인 PROUD/CONTINUATION-PV와 달리 임상에 하이드록시우레아(HU) 불응성/불내약성(HU R/I)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43명을 포함해 진행했는데, 그 결과 HU R/I 환자군에서도 주요 평가 지표인 CHR이 12주차 9.3%에서 48주차 52.8%로 증가했고, MR 또한 12주차 16.7%에서 48주차 39.4%까지 상승했다. JAK2V617F 돌연변이 부담은 평균 16.95% 감소했고, CHR 및 MR 달성률도 치료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HU 불응성/불내약성 환자에서도 베스레미가 혈액학적 조절 및 분자학적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제한적 치료 옵션을 가진 환자군에게 효과적이고 유망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더해 베스레미는 치료 휴지 기간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 장기간 인터페론 치료를 받은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중 완전 혈액학적 반응을 2년 이상 유지하고 JAK2V617F 돌연변이 부담을 10% 미만으로 감소시킨 경우,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다년간 혈액학적 반응이 지속되며 JAK2V617F 돌연변이 부담도 감소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PROUD/CONTINUATION-PV 임상에서도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JAK2V617F 돌연변이 부담이 10%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베스레미가 ‘잠재적 완치(Potential Operational Cure)’의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인 대상 2상 연구를 주도한 주도한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베스레미는 PV 환자의 혈액학적 수치 조절뿐만 아니라 JAK2 V617F 대립유전자 부담 감소를 통해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3년 연장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임상적 혜택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스더보이스는 지난 3월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발표돼 이목을 끌었던 한국인2상 임상 결과의 의의와 향후 전망, 베스레미 급여 진입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이성은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번 임상 연구의 배경과 의의는?

기존 로페그인터페론 알파-2b 임상은 대부분 유럽에서만 진행됐고, 아시아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시아인에게도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이 나타날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특히 JAK2V617F 돌연변이의 대립유전자 부담(allele burden)의 감소가 혈액학적 반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무사건 생존율이나 질환의 진행 억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연구를 기획했다. 

-유럽에서 진행된 허가용 임상과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첫째, 용량 조절 방식이다. 우리는 250mcg에서 시작해 350, 500mcg로 빠르게 증량해 더 빠른 효과를 기대했고 실제로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둘째, 하이드록시우레아(HU) 불응성/불내약성 환자를 포함했다. 유럽 임상은 HU 경험이 거의 없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국내 임상은 국내 실제 임상 진료 환경을 반영해 HU 불응성 환자까지 포함했다. 국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HU에 의존해왔고, 불응성/불내약성 환자들이 대체 치료 옵션이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미충족 수요를 고려해 연구를 설계했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핵심 성과는 어떤 내용인가?

국내 임상에 등록된 94명의 전체 환자 대상으로 48주 시점에서 완전혈액학적반응(CHR)은 63%, 분자반응(MR)은 57%로 나타났다. 특히 CHR을 달성한 환자에서는 JAK2V617F 유전자 부담이 평균 57.4% 감소했다. CHR과 MR 간의 상관관계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되었으며, 이는 로페그인터페론 알파-2b가 단순한 혈액 수치를 조절을 넘어 질환의 자연 경과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치료제임을 보여준다.

-하이드록시우레아 불응성/불내약성 환자군에서는 어떤 효과를 보였나?

HU 불응성/불내약성 환자군에서도 CHR 52.8%, MR 39.4%를 달성했다.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에 비해 초기 반응률은 낮은 편이었으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반응률이 향상되어 꾸준한 치료 시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군의 반응률에 가깝게 개선됐다. 이런 결과는 불량한 예후로 치료적 옵션이 제한적인 HU 불응성/불내약성 환자들 대상 베스레미가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연구에서 장기적으로 약제 중단, 즉 ‘기능적 완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인터페론의 기전을 고려할 때, CHR을 2년 이상 유지하고 JAK2V617F burden이 10% 미만으로 감소한 환자의 경우 치료를 중단해도 반응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과 대만에서도 실제 사례가 보고되었고, 국내에서도 이를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에서 보인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나 삶의 질(QoL) 변화는 어땠나? 

특히 HU 불응성/불내약성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이들은 기존 치료에서 수치 조절 실패나 심한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었지만, 베스레미 치료 후에는 혈액학적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반복적인 사혈에 의존하던 환자들도 투약 후 사혈 빈도가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았다.

-치료 접근성과 보험급여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린다. 

베스레미는 이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다. 하지만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주저하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치료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문제다. 의료진과 학회에서도 보험당국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와 의료 현장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환자들에게는 '곁에 도움을 주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힘든 싸움이지만 의료진들도 환자들의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로페그인터페론 알파-2b는 단순히 혈액 수치를 조절하는 약이 아닌, 질환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치료제 (Disease modifying agent)’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