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례없는 의료사고 형사처벌법, 환자 중심으로 보아야"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환자가 원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 제안

2025-03-05     엄태선 기자
5일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연합]

"전공의와 의사가 기피하는 고위험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국내외 어떤 나라에서도 입법 전례가 없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든 '의료사고 형사처벌법' 제정이든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5일 오전 10시 경실련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환자가 원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연합]

안 대표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돼 2012년 4월 8일부터 시행된 후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사망사건'과 '가수 신해철 의료사고 사망사건'을 계기로 사망과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중증장애인의 경우 의료분쟁 조정신청 시 자동 개시되도록 '의료분쟁조정법'이 개정돼 2016년 5월 29일부터 시행됐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이때도 의료계가 격렬히 반대해 자동개시의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며 "의료사고 설명의무 관련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사고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의료계의 반대로 모두 폐기됐다"고 이어갔다.

또 "유족이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사과받지 못하는 울분, 입증의 어려움, 고액의 소송비용 부담을 해소해 주려는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입법적 노력에 대해 의료계는 계속 반대하며 가로막아 왔었다"며 "이러한 상황에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혜법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행보에 그 어떤 국회의원도, 그 어떤 국민·환자도 이를 이해하고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 대표는 "고위험 필수의료 진료과보다 수입이 많고, 당직 부담이 적으니까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지만 선택하는 것"이라며 "고위험 필요의료 진료과 의사 중에서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적고, 금고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동네의원을 개원하지 않고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소명감 갖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조 지원을 강화, 책임보험료나 손해배상금을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사망 의료사고 관련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제도와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환자단체연합회]

뿐만 아니라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며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우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팩트도 아닌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권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