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용어 바꾸는 것도 첩첩산중

서영석-이수진 의원 약사법개정안에 정부-의료단체 반대 "성분 같은 약 모두 대체 가능하다고 오인될 우려" 사후통보 대상 확대엔 심사평가원도 시큰둥

2025-01-15     최은택 기자

"대체조제는 개념상 기존 처방의약품을 '대체'해 다른 의약품을 조제하는 것이지만, 두 의약품은 성분·제형과 함량(처방 용량)이 '동일'한 것이므로, '대체조제'와 '동일성분조제'라는 용어는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한 것일 뿐 용어의 변경이 제도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지민 수석전문위원이 해석한 '대체조제'와 '동일성분조제' 용어의 개념이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두 용어가 강조점만 달리할 뿐 사실상 같은 용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법률개정을 통해 용어를 변경하는 것조차 의료계의 반대로 사실상 어려운 게 의약계 현실이다. 심지어 주무부처까지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 입법과정 자체가 첩첩산중이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국민의힘 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약사법개정안에 대한 이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14일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들 개정안은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약사가 동일성분조제한 경우 사후통보 대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심사평가원은 동일성분조제한 내용을 통보받은 경우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수진 의원안은 '지체없이', 서영석 의원안은 '1일(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3일) 이내에' 알리도록 했다. 

개정안에 대한 주무부처와 이해관계 단체 입장은 어떨까.

먼저 동일성분조제 용어변경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식약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한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는 것이므로,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것은 성분이 동일한 의약품에 대해서 모두 대체 가능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고, 대체조제에 대한 의료계·약계의 인식 및 입장 차이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체 의약품이 동일한 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일성분조제'라는 용어를 사용해 환자가 동일한 약을 처방받았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은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의사의 동의하에 대체조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약사의 편의와 효율성만을 고려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한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대체조제는 '성분·함량·제형' 세 가지가 모두 동일한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는 것인데,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할 경우 동일한 '성분'에 국한해 대체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우려가 있고,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되는 품목이라도 제조사와 제조과정, 원료, 첨가물 등이 달라 안전성, 부작용, 발암물질 여부, 효능, 품질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환자가 똑같은 약으로 오인할 수 있어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내놨다.

이와 달리 대한약사회는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해 환자 거부감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도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화·팩스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후통보 업무의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체조제 결과를 통보받아 처방 의사에게 재통보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해당 기관의 설립 취지 및 업무 범위, 통보기한 증가에 따른 의약품 사용 안전성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역시 사실상 반대입장을 제시했다.

심사평가원도 "심사평가원을 통해 대체조제 사후통보가 이루어지면 통보 기간이 증가하는데, 의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화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의 안전 문제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심사평가원은 법령에서 위탁받은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대체통보 관련 업무에 대한 별도의 위탁 근거가 필요하고, 고유식별번호 및 민감정보 취급 관련 근거 규정과 약화사고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면책 규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역시 반대입장이었다. 의사협회는 "대체조제 내역을 심사평가원에 통보하게 할 경우, 의사의 동의 없이 약사가 임의로 의약품을 변경할 수 있어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환자의 약물 부작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지며, 의약품 처방 및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했다.

병원협회는 "심사평가원에 대체조제 내용을 알리게 될 경우, 의사와 약사 간 대체조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워지므로 부적절한 대체조제가 이루어졌을 경우 의사가 이를 늦게 인지해 환자에게 필요한 추가조치가 지연될 우려가 있고, 의사의 처방내용이 빈번하게 변경돼 치료 결과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한다고 했다.

약사회는 "현재 약사의 대체조제 시 팩스번호 미기재 또는 전화 연결 실패 등으로 처방 의사·치과의사에게 통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심사평가원에 전산으로 통보하도록 절차를 개선할 경우 행정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고 절차가 효율화돼 대체조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