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진화된 의료질평가 8천억원 "손실보전에서 정책통제 수단"

선택진료 대체, 외래와 입원 가산수가…과실은 상종, 종병은 상대적 박탈감 보건정책 첫 수가 견인 퇴색…병원들 목줄 채워, 보건정책 구현 유인책 '전락'

2024-11-18     이창진 기자

병원계 경영과 직결되는 의료질평가지원금 8000억원 환자안전 유인책일까, 보건의료 정책 관철을 위한 통제 수단일까.

보건복지부는 최근 심사평가원 국제전자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2024년도 의료질평가 결과를 상급종합병원 47개소와 종합병원 320개소에 통보했다. 병원별 이의신청을 거쳐 2025년 1월부터 의료질평가 등급별 가산수가를 적용한다.

의료질평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환자안전과 의료질,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교육수련, 연구개발 등 6개 영역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제도이다.

복지부는 최근 24년도 의료질평가 결과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통보했다. 조규홍 장관 주재 중대본 회의 모습.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 진료와 수술에 부여한 선택진료비(특진비) 폐지에 따라 대형병원 손실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2015년 신설됐다.

의료질평가 결과에 따라 5단계 등급별 수가를 부여하고 외래와 입원 비용에 가산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 명목으로 지급된다.

1일 외래 환자 수가 1만명이 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한해 의료질평가지원금 총액은 수  백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질평가 제도의 특징은 정책이 수가를 견인하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의료질평가를 담당하는 보건의료정책과에서 건강보험 재정 8000억원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 보건의료 정책은 건강보험 수가 책정 후 실행하는 방식으로 의료행위와 약제, 치료재료 등 건강보험 수가를 총괄하는 건강보험정책국에서 주도해오고 있다.

■보건의료정책과 수가 운용 첫 사례…높은 등급 위한 병원들 '처절한 몸부림'

제도 시행 10년을 맞는 지금 의료질평가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고 있을까.

겉으로 보면, 대형병원 캐시 창구로 비춰지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한 병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제도 시행이 경과할수록 감염과 환자안전 등 수 많은 평가지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준 충족을 위한 전담인력 배치와 시설 추가 등 병원들의 비용 발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수많은 의료단체와 학회 등 종별, 진료과별 이해관계를 선점하기 위한 평가지표 건의와 추가 등 물밑작업이 맞물려 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2015년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의 진료와 수술 등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신설된 제도이다.

선택진료비 제도 시행 시 임상교수들의 진료와 수술, 처치, 검사에 동반되는 당연한 가산 비용은 사라지고 복지부 정책을 준수하는 병원에 떡고물을 주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원가에 못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 보전 수단에서 병원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무서운 괴물로 진화된 셈이다.

의료질평가지원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평가등급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부 평가지표를 제외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동일한 평가지표를 적용한다.

초기 제도 설계가 선택진료비가 집중된 대학병원에 맞추다보니 종합병원들은 억지 춘향 형식으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의료질평가지원금 수가는 매년 환산지수 인상으로 달라되고 있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2배의 수가 격차는 불변이다.

24년도 기준, 1등급 가급의 상급종합병원 입원은 2만 7510원인 반면, 종합병원은 1만 3770원이다.

동일 등급 외래도 상급종합병원은 8290원이고, 종합병원은 4340원이다.

■의료질평가 구조 가관, 상종과 종병 간 수가 2배 "진료량 많은 대형병원 캐시카우"

3등급 입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1만 3960원, 종합병원은 7530원이며 외래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4530원, 종합병원은 2380원이다.

최하위등급인 4등급과 5등급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동일수가이다.

4등급 입원은 1620원, 외래는 530원 그리고 5등급 입원은 470원, 외래는 150원이다.

교육수련과 연구개발 영역 역시 1~3등급으로 입원과 외래 동일수가를 적용한다.

의료인력이 쏠리는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1등급과 2등급 등 상위등급을 차지하고 있으나, 종합병원은 3~4등급 이하가 다수이다.

교육수련과 연구개발 영역 수가는 대학병원으로 운영 중인 종합병원을 제외하고 민간 종합병원 입장에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의료질평가지원금 등급별 가산수가는 2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4년도 기준 의료질평가 영역별 등급별 가산수가 금액.

민간 종합병원에서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 인력과 시설 등을 투자해도 상급종합병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수가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교할 수 없는 외래와 입원 환자 수.

과실은 상급종합병원이 따 먹고, 떨어진 부스러기를 줍는 민간 종합병원 신세이다.

상급종합병원도 할 말은 있다. 1등급 평가지표 유지를 위해 임상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원 등 인력풀과 감염시설, 직역별 근무환경 등에 재정을 지속 투입해야 한다.

핵심인 의료질평가지원금 수가 격차 해소는 종합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 때마다 복지부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대형병원 손실보전 제도 취지를 핑계 삼아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견지했다.

병원계는 더 이상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손실보상 개념으로 보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매년 결정하는 달라진 평가지표 성과를 달성해야 좀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데 길들여진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의료질평가지원금 8000억원으로 포장된 목줄을 각 병원에게 채워 복지부가 원하는 보건의료 정책 구현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할 부분은 2025년도 의료질평가이다.

의료질평가는 전년도 평가지표를 산출해 다음해 한 해 동안 등급을 매겨 가산수가를 부여한다.

복지부가 최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전달한 2024년도 의료질평가 결과는 2023년 성과를 평가한 결과이다.

올해 2월 의대 2천명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재까지 진행된 의료사태와 무관한 의료질평가이다.

2025년도 의료질평가는 의료사태가 발생한 올 한해의 평가이다.

수련병원 핵심인 상급종합병원 교육수련과 연구개발은 이미 무너진 상태이고, 환자안전과 의료질, 공공성,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등 큰 틀의 평가지표 역시 예년만큼 성과를 도출하긴 힘들다.

현 평가지표를 그대로 준용하면 2025년 의료질평가에서 47개 상급종합병원의 평가등급은 최소한 1~2등급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복지부가 내년도 의료질평가 방식을 고심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같이 의료질평가를 유예하거나, 전년도 평가결과를 그대로 준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련 연구와 진료 붕괴된 25년도 의료질평가…의개특위 가산수가 통폐합 추진 '변수' 

8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을 형식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가입자와 국회, 여론 등의 반발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태로 상급종합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 몫이 줄었다고 종합병원 파이가 커질리 만무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동일 적용하는 의료질평가 평가지표를 개선해 종별 평가지표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8000억원 평가 방식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는 지난 5월 회의에서 현 종별가산금 7000억원과 의료질평가지원금 8000억원 그리고 적정성 평가지원금 300억원 등 총 1조 5000여억원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공표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종별가산금 등 가산수가 통폐합과 종별 구조전환에 따른 가산수가 보상 추진을 예고했다.

기계적 가산이 아닌 기능 중심 보상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 단순히 진료량을 늘리기보다 중증도에 적합한 환자를 효과적으로 진료할수록 높은 평가와 보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행 시점은 미지수이나 그동안의 의료질평가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의 대대적 손질이 예측되는 대목이다.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는 11월 회의에서도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과 맞물려 2차 병원 구조개편 추진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도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종별가산금 제도개선을 통해 우수한 종합병원과 병원의 보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투명됐다.

결국, 의료질평가지원금 8000억원을 무기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게 윤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기조에 수긍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병원들은 눈앞에 닥친 2025년도 의료질평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지고, 의료질평가 방식이 종전대로 유지된다면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 수 백 억원에서 수 십 억원의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증발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25년도 의료질평가 방식을 어떻게 할지 병원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2월 복지부가 의료질평가 협의체 회의를 통해 내년도 평가방식과 평가지표 방안을 잠정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보전으로 시작해 보건의료 정책 통제 수단이자 병원계 유인책으로 변신 중인 의료질평가지원금 8000억원의 내년도 최종 모습에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