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수사에 신분비공개-위장수사 확대?...의협 '반대'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의사와 환자간 신뢰 훼손 등"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 특례를 경찰, 해양경찰, 검찰 등의 마약범죄수사에도 적용하자는 법개정안에 대해 의사협회가 반대입장을 내걸었다.
의사협회는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준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각 산하단체의 의견조회를 통해 식약처 마약정책과에 해당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개정안 주요내용은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 도입된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의 특례를 경찰, 해양경찰, 검찰 등의 마약범죄수사에 확대해 적용하도록 하고, 신분위장수사, 긴급 신분위장수사의 집행에 관한 통지 절차 등을 추가하는 등 수사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상응하는 기본권 보호 규정을 마련하자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현행 법체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신분비공개수사는 현행 법체계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대법원도 위장수사와 관련해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허용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본권 침해의 소지 및 의사와 환자간 신뢰 관계 훼손을 지목했다.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이하 '위장수사')는 단순히 수사기관이 그 실제의 역할을 묵비하거나 속이기 위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감시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증거나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관찰·감시에 의해 개인의 사생활이 수사기관에 의해 탐지·기록되고, 향후 수사의 자료로 계속해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법안을 따를 경우 현행 법령에 의거 환자 신분 확인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의 관리·처방·취급 등의 확인을 위해 사법경찰관리가 위장신분으로 접근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환자진료 시 필요한 개인정보 제공에 있어 의사와 환자간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의료기관 대상 위장수사의 남발 가능성도 지적했다.
의협은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의 상당 부분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쳐 처방되고 있는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의 편의나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마약류를 생산·유통하는 조직을 탐문·수사하기보다는 일선 의료기관을 함정 수사해 수사 성과를 쉽게 쌓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서 "'범의유발형'에 가까운 위장 수사를 남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의료법상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점 등 의료현실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예방을 위한 치료와 재활 등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협은 "마약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적 효과가 중요하다며" "마약범죄에 관한 위하적 효과로써의 형벌은 이미 마약에 중독이 되어 있는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에 이들에 대하여는 치료와 재활 등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대상은 적법한 의료기관이 아닌 정상적인 수사로 파악할 수 없는 마약범죄조직이나 불법 마약 유통망 등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정책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