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사업은 철수"…한국 시장 정리하는 다국적제약

이익 실현 가능한 제품에 집중…국내사에 판권 넘기며 '수익' 실현 릴리-보령, MSD-종근당, 쿄와기린-DKSH 사례 이어질 듯 급여권 진입 못한 신약, 과감한 한국시장 '철수' 결정도

2024-10-17     문윤희 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시장에서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이나 사업부분을 통째로 매각하거나 판권을 넘기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이와함께 국내 시장 진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급여 진입에 실패할 경우 한국 시장을 과감히 철수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시장에서의 약가인하 압박과 제네릭 등장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관련해 한국릴리의 경우 보령과 협약을 통해 항암제 제품 다수의 판권을 매각한 바 있고, 한국MSD 역시 특허 만료에 다른 시장성 약화로 당뇨사업부 핵심 품목이었던 자누비아를 종근당에 넘긴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계 다국적제약사 한국쿄와기린이 전문의약품 사업 부분을 통째로 DKSH코리아(글로벌유통전문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포함된 주요 제품은 네스프(빈혈치료제), 레그파라(이차성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제), 올케디아(이차성 부갑상선 항진증), 그라신(호중구감소증), 뉴라스타(호중구감소증), 로미플레이트(혈소판감소증) 등이다. 

이로써 유통전문 회사인 DKSH는 한국쿄와기린 전문의약품 사업 부분에 대한 영업·마케팅·유통 ·허가권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전문의약품 판권을 넘긴 한국쿄와기린은 희귀질환치료제인 크리스비타(XLH저인산혈증 구루병치료제), 포텔리지오(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치료제)의 판권만 남게 됐다. 

한국쿄와기린은 "가격 인하 압력이 증가하고 제네릭에 의한 침식에 따라 아시아에서 기존 의약품을 둘러싼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같은 아시아태평양 사업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점 분야 및 미래 파이프라인 제품의 경우 한국, 대만, 호주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며 "해당 국가 의료시스템은 희귀질환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적합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 접근성이 덜 예측 가능한 다른 아시아 시장에선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쿄와기린은 '비전 2030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뼈·미네랄, 혈액종양, 희귀질환에 초점을 맞춘 신약 개발에 몰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MSD는 지난해 5월 당뇨병 치료제 1위 제품인 자누비아 시리즈 국내 독점 판매권을 종근당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등 자누비아 시리즈에 대한 국내 판권·유통권·허가권·상표권·제조권 라이선스가 종근당으로 이전됐다 

당시 자누비아의 1년간 매출은 1400억원대로 같은 해 9월 특허만료를 앞두며 제네릭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종근당은 자사 개발 당뇨병 신약 듀비에와 자누비아 패밀리를 통해 시너지를 내면서 국내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의 1위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릴리 역시 항암제 주요 품목인 알림타(비소페포폐암 치료제), 췌장암 방광엄 등에 적응증을 가진 젬자, 자이프레사(조현병치료제)등의 국내 판권을 매각한 바 있다. 

한국로슈는 올해 신약인 RET 표적 항암제 가브레토의 국내 시장 철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가브레토는 RET(REarranged during Transfection)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로 릴리의 레테브모와 국내 시장을 두고 급여권 도전에 나선 바 있으나 원개발사인 블루 프린트 메디슨스와 로슈의 글로벌 계약 종료와 국내 급여 진입 실패가 겹치며 허가 취하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가브레토의 국내 판매사는 한국로슈로 지난 2022년 ▲RET 융합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전법을 필요로 하는 RET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갑상선 수질암 성인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올해 4월 최종적으로 식약처에 공급 중단 보고를 내며 국내 시장 철수를 실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제품 중 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에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검토하는 회사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잦은 약가인하와 제네릭의 공세, 무엇보다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에 집중하는 회사의 전략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