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좀 축적 질환 'LSD', 신생아 선별 검사 급여 후 숙제는?
이정호 교수, "진단 환자 관리 가능토록 정부 조직 만들어야" 채종희 교수, "치료제 있는 LSD 조기 치료 현실화 의미"
올해 1월 1일부터 유전성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 질환(LSD)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NBS)가 급여 적용되면서 관련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진료 이후 환자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왔다.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은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우리 몸의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 관련 특정 효소의 결핍으로 분해되어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 축적되면서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파브리병, 폼페병, 고셔병, 뮤코다당증 등이 있으며 치료제로는 결핍된 효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가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리소좀 축적질환 추정 환자는 400여명 수준이다.
19일 사노피가 'LSD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확대' 미디어 세미나에서 이정호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선별검사가 전면 시행되면서 조기에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접근성이 확보됐다"며 "이제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리소좀 효소 이상 소견을 받은 환아는 가까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의의를 전했다.
다만 이 교수는 "선별검사 시행으로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진단 이후 환자 관리에 대한 시스템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환자보호자들이 진단 후 서울대형병원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지만, 환자의 관리를 위해서라도 병원간 환자 연계, 진단 이후 무증상 환자 관리에 대한 대안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 선별검사 결과의 관리, 환자수 등 통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정부 조직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급여된 LSD 외에도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급여 적용의 이익도 전했다. 그는 "이제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리소좀 효소 이상 소견을 받은 환아는 가까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특히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로 등록된 질환의 경우 의료급여 1종 자격으로 외래 진료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 LSD로 살펴보는 조기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종희 교수는 발표 시작과 함께 LSD 중 하나인 뮤코다당증 1형 진단 남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리소좀축적병은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매 중 첫째인 누나는 진단 후 5세부터 치료를 시작했지만 다발성 골형성부전이 나타나 신장이 일반인에 비해 적고 팔다리가 짧은 특징을 보였다. 반면 생후 5개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한 동생은 외모와 성장률은 물론, 다발성 골형성부전에 있어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채 교수는 "뮤코다당증 제2형, 폼페병 등 다른 리소좀 축적 질환에서도 효소대체요법을 빠르게 시작할수록 정상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증상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빠른 진단과 치료는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결정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소좀 축적 질환은 소아 시기부터 증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비가역적인 신체 손상을 유발한다. 때문에 손상 전 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효소대체요법으로 증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생아 선별검사는 특정 유전 질환 및 유전적 장애가 발현하기 전에 미리 진단,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생후 48~72시간)를 대상으로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시행하는 공중 보건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국은 생후 28일 이내 시행되는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들에 대해 급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한 2024년 1월 1일자로 리소좀 축적 질환 관련 6종의 효소활성도 검사(GALC, GBA, GLA, GAA, IDUA, ASM)가 새롭게 급여 항목으로 포함돼, 올해부터 출생하는 생후 28일 이내 모든 신생아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리소좀 효소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정호 교수는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선별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출생 후 1차 선별검사를 진행한 후 생후 2개월에 2차 선별검사를 시행해 정확도를 높인다"면서 "국내에서는 자연 분만 시 3일 내 산모가 퇴원하기 때문에 72시간 내 시행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