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자 76.3% 상급종합 내원…서울대·세브란스·아산·삼성 順
희귀질환 진단까지 평균 2.7개 병원 떠돌고 확진까지 12.1년 소요 연합회, "국가지원 정책 '신청주의' 한계 벗어나야"
국내에서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명을 얻기 까지 평균 2.7개의 병원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는데 12.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들이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희귀질환 진단명을 받기까지는 평균 2.9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에 거점병원이 지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희귀난치질환자들은 해당 질환의 명의가 있거나 병원 평판을 따라 서울에 위치한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경향이 높았다. 응답 비율로는 76.3%를 나타냈다.
환자들이 주로 내원하는 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이 18.6%를 나타내 가장 많은 희귀난치질환자들이 찾는 곳으로 나타났고, 뒤를 이어 세브란스병원(18.1%), 서울아산병원(16.4%), 삼성서울병원(13.2%), 강남세브란스병원(4.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 탓에 환자들이 내원하는 병원 소재지는 압도적으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65.5%는 서울 소재 병원에 내원한다고 응답했으며 경기도 권역은 7.5%로 답했다. 이어 부산, 인천, 강원도, 경상남도 등이 5~6%대 비율을 보이며 극명한 지역 편차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또는 보호자 704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한 '국가지원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환자들은 6개월 기준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횟수로 평균 6.3회를 꼽았다. 의료기관을 내원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이동의 어려움'을 꼽았다. 비율로는 49.1%를 보였다.
뒤를 이어 의료기관내 대기시간(24.3%), 치료비용(19.9%), 치료비용 외 교통비 숙박비 등 비용 부담(7%), 병원 이동에 따른 도움 부족(7%) 등을 의료기관 내용 시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의료기관 변경 의사를 묻는 질문에 환자 15.3%는 변경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경하고 싶은 의료기관으로는 서울대병원 21.3%, 세브란스병원 11.1%, 서울아산병원 5.6% 순을 보였다.
의료기관 변경 이유에 대해서는 거주지에서 가깝다는 응답이 29.6%, 변경하고 싶은 병원에 해당 질환 명의가 있어서 26.9% 순을 보였다.
권역별 거점센터에 대한 인식도를 묻는 설문에서는 비교적 낮은 인지율을 보였다.
환자 절반 이상인 57.5%가 거점센터를 몰랐다고 응답했다. 반면 거점센터에서 치료를 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45%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환자 중 51.6%는 거점센터에서 진료를 받아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48.4%는 부정의 답변을 나타냈다.
"내 질환 치료하는 치료제 없어" 응답 85% 달해
이번 조사에서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8.9%만이 치료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85.2%는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치료제 투여 대상이 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환자 69.8%(63명 중 43명)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치료제 보험적용 여부에 65.1%(41명)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가 현재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치료제가 있음에도 치료제 복용 또는 투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환자는 30.2%(19명)에 달했다. 19명의 환자 등 치료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임에도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10명은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서', 5명은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환자들은 투병 전 생활과 투병 후 현재 생활수준을 비교한 질문에서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8%에 달했다.
또 1인 가구 응답자의 85.4%가 질환으로 투병하기 전의 생활수준과 투병하고 있는 현재 생활수준을 비교해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했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가구별 월 지출 비용은 300만원대가 26.4%로 가장 높았고, 400만원대(19.2%), 200만원 미만(14.6%) 순으로 응답했다.
다만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산정특례지원에 대한 인식도는 89.6%로 높았다.
이밖에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40.5%, 차상위본인부담제 대상 지원 30%, 본인부담상한제지원 28.7%, 재난적의료비지원 14.1%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자들은 희귀질환 관련 지원에 대한 혜택을 직접 수령한 경험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원을 받았다고 응답한 환자 비율은 37.5%에 불과했고, 본인부담상환제 31.9%, 정부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23.3%, 차상위 본인부담경감대상 지원 14%, 재난적 의료비 지원 7.4% 순에 그쳤다.
특히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아 본적 없다고 한 응답비율은 92.6%에 달해 정책과 환자가 느끼는 지원의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 관련 지원의 실질적 도움을 체감하는 정도를 확인한 결과 '도움이 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95.2%,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원이 90.7%, 정부의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84.1%, 차상위 본인부담경감대상 지원 83.3%, 본인부담상한제 지원 60.6% 순을 나타냈다.
환자들이 지원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정부 지원은 45.6% 비율로 산정특례지원이 꼽혔다. 이밖에도 의료비지원, 장애복지혜택, 기초생활수급, 생활보조지원, 장애재활지원서비스 순으로 나타났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자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하면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진단 방랑시기에 대한 지원 ▲의료기관 이용시스템 기능 분화 ▲치료제 접근성 강화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한 복지지원체계 구축 ▲국가지원 실태를 반영한 지원의 실효성 향상 등을 제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환자들이 진단 방랑시기에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을 통해 희귀질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질환관리를 체계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환자들은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따른 이동의 어려움, 진료시간 지연 등으로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서 "거주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생활기반형 재활치료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약에 대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 목적 사용승인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희귀질환은 삶 전체의 현격한 기능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에 장애인과 구분되는 유형의 장애제도 및 지원 방안 신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신청주의 지원의 이용률, 효과성 증대를 위한 제도의 체계적인 지원과 홍보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