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희귀질환약제 '선급여후평가' 도입 필요"...국민청원 등장

백민환 다발성골수종환우회장 실명으로 게재 경평 어려운 중증질환 신약 'ICER 밴딩화'도

2020-11-19     최은택 기자

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질환 약제에 대한 '선급여후평가' 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국민청원이 나왔다. 경제성평가를 실시하기 어려운 중증질환 신약의 경우 ICER값을 밴드 형식으로 설정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장은 '중증 암 환자들이 제대로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환자 중심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환자 중심의 정책 대안을 제안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청원기간은 11월 17일부터 12월17일까지다.

백 회장은 먼저 "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의 경우 현행 선별등재 제도의 보완 또는 대안으로 우선적으로 신약에 대한 급여를 해주는 '선급여후평가' 제도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약에 대한 약가 협상 과정이 법정 협상 기간인 180일을 초과할 경우 먼저 건강보험에 등재하고, 일정 기간 후 상환 기준을 마련해 기준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환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선급여후평가' 제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백 회장은 "선급여 후 발생하는 차액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제약사가 사후 정산하게 되면 환자들이 빠르게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급여 여부 결정 시 경제성평가가 어려운 중증질환 신약의 경우 ICER 값을 밴드 형식으로 설정해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ICER값은 2008년의 GDP를 참고하고 있어서 아직도 과거 임계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민 소득 수준 증가와 질병의 위중도, 특이성 등을 고려해 암과 중증질환 치료제 등에 대해서는 ICER 값을 밴드 형태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생명이 경각에 놓인 절박한 환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이슈인 만큼 환자 중심의 정책 대안 마련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호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국민청원 전문이다.
   
중증 암 환자들이 제대로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환자 중심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십시오.

청원기간
20-11-17 ~ 20-12-17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wCD9Wh)

중증 암 환자들이 제대로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환자 중심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십시오.

의료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문재인대통령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장 백민환입니다.

다발골수종은 우리나라에서 림프종, 급성백혈병 다음으로 자주 발생하는 3대 혈액암 중 하나로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뼈를 녹여 손상시키고, 신장 기능과 면역 기능을 저하시켜 중증 감염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국내 환자는 10,000여 명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5천566명이던 국내 다발성골수종 환자는 2018년 7천742명으로 39% 증가해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고령 인구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의 영향으로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바로 잦은 재발입니다. 다발골수종은 거의 100%의 환우들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거나 재발을 경험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재발 후에는 대부분 예후가 좋지 않고 완치가 어렵습니다. 선행 항암치료에 실패를 거듭할수록 후속 치료에 대한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초기 치료 단계에서부터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 필수적입니다.

최근에는 생존 기간을 크게 연장시킬 수 있는 고무적인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나 환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사용 가능한 효과적인 신약과 병용 요법들이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약이 포함되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엄청난 약값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보험 적용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환자가 본인이 직접 부담해서라도 신약을 쓰고자 할 때 기존에 보험급여가 되던 병용 요법 비용까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발골수종 뿐 아니라 다른 암을 포함한 중증 질환, 희귀 질환의 경우에도 많은 환자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완치율과 생존율이 증가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신약들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정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에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환자 중심의 정책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의 경우 현행 선별 등재 제도의 보완 또는 대안으로 우선적으로 신약에 대한 급여를 해주는 ‘선급여후평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주십시오. 신약에 대한 약가 협상 과정이 법정 협상 기간인 180일을 초과할 경우 먼저 건강보험급여에 등재하고, 일정 기간 후 상환 기준을 마련해 기준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환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선급여 후 발생하는 차액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제약사가 사후 정산하게 되면 환자들이 빠르게 신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급여 여부 결정 시 경제성 평가가 어려운 중증 질환 신약의 경우 ICER 값을 밴드 형식으로 설정하여 경제성 평가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주십시오. 현재 우리나라의 ICER값은 2008년의 GDP를 참고하고 있어 아직도 과거 임계치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 소득 수준 증가와 질병의 위중도, 특이성 등을 고려해 암과 중증 질환 치료제 등에 대해서는 ICER 값을 밴드 형태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기의 2가지 정책 대안은 제가 여러 환자단체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용호 국회 의원 주최의 “코로나 19시대,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비대면 토론회”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된 바 있습니다. 올해 9월 23일 개최된 이 토론회에서 복지부, 심평원 등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도 필요성에 동감하며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며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이 경각에 놓인 절박한 환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이슈인 만큼 환자 중심의 정책 대안 마련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와 노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