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봉 전 복지부장관에게 의약분업 20년은?
"이 제도는 문화혁명...평가에 30년은 필요" "의약, 협업강화-복지부, 트마우마 벗어야"
의약분업 도입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던 차흥봉 한림대 명예교수는 "의약분업은 문화혁명이다. 평가하는 데 30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의약분업의 목표를 달성하고 분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의약은 협업으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차 전 장관은 1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국보건행정학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건강보험공단이 후원해서 열린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차 전 장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20년 전 오늘(7월16일)을 생각하면 병의원, 약국을 돌면서 서울시내를 누비고 다닌 기억이 새롭다. 당시는 의약분업 시행 1개월 계도기간이었다. 처방전 발행은 잘 안되고, 환자들은 갈피를 못잡았다. 마치 혁명의 현장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약분업은 1999년 이른바 의약계와 시민사회 간 '5.10 합의'를 기점으로 1년간 본격적으로 준비돼 시행하게 됐는데, 의료계의 저항은 계속됐다. 주변 친구들은 감당 못하니 장관에서 내려오는게 좋겠다고 권했다. 하지만 8800m 히말라야 꼭대기에 서 있는 듯해서 내려올 수도 없었다. 마냥 꼭대기에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차 전 장관은 "의약분업은 국민건강에 이롭다는 측면에서 모두가 동의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얽혀서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제가 쓴 한 칼럼에서) 이 제도는 문화혁명이어서 평가하는 데 최소 30년은 지나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만큼 제도의 효과를 판단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차 전 장관은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끝난 직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오늘 심포지엄을 보니 의약분업의 성과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은 다시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표로 시행됐다. 의약품 오·남용이 줄어들고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하는데 이런 게 국민건강이 나아지도록 얼마나 기여했는지, 국민수명이 의약분업 도입당시와 비교해 10년 이상 증가했는데 분업이 기여한 게 있는지, 지금이라도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방법 등을 연구해서 10년 뒤나 그 이후에는 실제 의약분업이 국민건강이 나아지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건보공단 등이 준비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차 전 장관은 이날 행사에 보건복지부가 나오지 않은데다가 의약분업 완수에 공무원들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데 데해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20년간 그야말로 혼이 나서 (이 사안을)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금기사항이다. 트라우마가 있다. 의약 갈등 때문인데 그 사이에서 공무원도 힘들다"고 했다.
이어 "이제 20년이 지난 만큼 의약이 국민건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 잡고 협력했으면, 복지부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서 함께 가줬으면 좋겠다. 사실 분업이라는 말 자체가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분업이 아니라 협업체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도 고민하고 의약이 협업해 큰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차 전 장관은 보건사회부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았다가 1983년 한림대로 자리를 옮겼다. 한림대에서는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부총장까지 올랐다. 이후 1999년 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발탁돼 일하다가 3개월만인 같은 해 5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취임해 의약분업이 도입된 다음해 8월까지 장관직을 수행했다.
한국노년학회장, 사회복지학회장, 장애인복지진흥회장, 사회복지협의회장, 국제사회복지협의회 동부아지역회장, 세계노년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