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초과 600% 급증...장기처방조제에 약국은 힘들다

약사회가 행위 재분류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

2020-04-22     최은택 기자

내복약 '91~120일분'을 조제하는 것과 '181일 이상분'을 조제하는 데는 수치만 봐도 업무강도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당연이 투약일수가 더 긴 처방조제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일선약국 약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1~120일분'과 '181일 이상분'의 업무량 차이는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 수가체계는 '91~120일분'과 '181일 이상분' 약국조제행위료를 똑같이 책정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장기처방조제 행위재분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유다. 더구나 만성질환자 증가, 인구고령화 등으로 장기처방조제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어서 상대가치 재조정 필요성에 명분을 더 얹어주고 있다. 

21일 대한약사회가 심사평가원 의뢰로 수행한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업무량 상대가치 개발연구(약국, 연구책임자 박인춘 상근부회장) 결과를 보면, 최근 9년 사이 장기처방조제가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했는 지 알 수 있다.

현 조제행위료는 내복약 기준 처방일수별로 총 25개 구간(1일~91일 이상)으로 나눠져 있다. 처방건수는 2010년도 총 4억4055만건에서 2018년 5억2558만건으로 9년 사이 19.3% 증가했다. 그러나 처방일수별로 보면, 처방건수 변화양상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가령 최단기 처방일수인 1일분(-48.5%)과 2일분(-51.5%), 그리고 15일분(-6.2%)은 줄었다. 반면 91일 이상분은 186.9%나 급증했다. 다른 구간은 51~60일분(109.5%)과 81~90일분(145.7%)이 100% 넘게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최저 10.1%(3일분)에서 최고 97.3%(71~80일) 사이에 걸쳐 있었다.

주목할 것은 현재는 없는 '91~120일', '121~150일', '151~180일', '180일 이상'으로 '91일 이상'을 쪼갰더니 이 구간에서도 차이가 확연했다는 점이다.

실제 구간별 증가율은  '91~120일' 166.4%, '121~150일' 186%, '151~180일' 171.1%, '180일 이상' 602.7% 등으로 나타났다. 6개월분 이상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구간별 점유율도 같은 양상이었다. 2010년 기준 4개 처방일수 구간은 '91~120일(64.4%), '151~180일'(22%), '121~150일'(9.5%), '181일 이상'(4%) 순서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에는 '91~120일'(59.8%), '151~180일'(20.8%), '181일 이상'(9.9%), '121~150일'(9.5%) 등으로 처방일수가 가장 긴 '180일 이상'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일선 약사들이 장기처방조제 구간에서 느끼는 업무량 차이는 얼마나 될까. 연구진은 설문을 통해 조제일수별 시간과 업무강도를 측정해 업무량을 산출한 뒤, 업무량 점수를 반영해 조정했다. 그 결과 '181일 이상' 업무량은 '91~120일'보다 3.05배, '151~180일'은 2.37배, '121~150일'은 1.09배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업무강도 측정값은 '육체적 노력', '정신적 노력', '스트레스'를 지표로 삼았는데 그만큼 처방일수가 길수록 시간 뿐아니라 품이 더 들고 스트레스도 월등히 많아진다는 얘기다.

현 약국 수가체계는 장기처방조제 보상의 불합리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연구진은 "약국의 조제행위는 처방전의 다양한 특수성, 즉 다상병 처방전, 특수약(흡입제등) 복약상담 등 약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제 및 복약상담 유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조제일수와 조제의약품의 제제(내복약, 외용제)에 따라 일괄 반영돼 업무에 따른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하는 데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또 "과거에 비해 처방전내, 처방전간 중복투약, 처방변경수정, 의약품 상호작용 및 부작용 인지 및 보고, 가정방문을 통한 다제약물 관리 등 약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약국 상대가치체계 내에서 이런 역할들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결국 양질의 조제투약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한 한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물론 한정된 재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분 방안을 통해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의약분업 20주년이 도래한 현 시점에서는 약국 상대가치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약사의 업무를 면밀히 분석하고 적정한 보상방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