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허공유, 죄수의 딜레마 상황 막아야"
남희섭 소장 "WHO 결정, 승자독식 아닌 협력모델"
환자단체도 공감..."특허독점보다는 공유 필요"
지식연구소 '공방'의 남희섭 소장(변리사, 법학박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 특허 등을 전세계가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경쟁에서 이긴 자가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시장 모델이 아니라 협력 모델로 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협력 모델이 성공하려면 '배신자'가 더 이익을 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8일 이 같은 의견을 뉴스더보이스에 보냈다. 같은 내용은 남 소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돼 있다.
남 소장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막는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배신자에게 도덕적 비난을 가하거나 협력하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이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얼마전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신청을 했다가 비난여론에 신청을 취하한 건 전자의 좋은 예다. 희귀약으로 승인되면 장기간의 자료 독점권을 얻을 수 있었다. 애브비가 '칼레트라' 특허를 포기한 것은 후자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또 "다른 방법으로는 특허를 강제실시하거나 지재권 제도에 들어 있는 권리 제한과 예외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협력하지 않고 지재권으로 독점 이윤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이걸로 차단할 수 있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독일과 캐나다는 강제실시 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강제실시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남 소장은 "코스타리카 정부가 제안하고 WHO가 수용한 협력 모델은 대상이 매우 넓다. 치료제나 백신 특허에 국한되지 않고, 디자인, 임상시험 성적 자료(자료 독점권), 노하우, 셀라인, 저작권, 진단 기기나 장비, 의약, 백신 생산에 사용되는 청사진(blueprint)에 관한 권리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공적자금을 많이 투입하고 있다. WHO가 하려는 협력 모델에 우리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늦었지만 총선공약에도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남 소장의 지적에 공감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8일 현재 전세계 확진자는 141만여명, 사망자는 8만1천여명을 넘어섰다. 이미 세계적 대재앙 수준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특허독점을 통해 제약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보다는 공유를 통해 전 인류의 생명을 살리고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 특허 등을 전세계가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남 소장은 이번 WHO의 결정에 대해 개별국가나 기업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WHO도 일단 공동관리 '풀'에 태운다는 양해각서를 개별 국가나 기업, 공공연구기관과 맺고,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어떤 조건으로 풀 것인지는 나중에 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다른 유엔기구(세계지적재산권기구)도 함께 나서고, 시민사회가 압박해서 이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각국의 언론도 같이 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