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 설립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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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제주 녹지국제 영리병원 설립 중단하라"
  • 이광열 기자
  • 승인 2015.04.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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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BK성형외과 영리병원 설립 허가하는 꼴"

지난 4월 2일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면서 두 번째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추진 세력들은 사기투자 논란으로 퇴출된 싼얼병원과 달리 이번 투자자인 ‘녹지그룹’은 자본력을 갖춘 중국국영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녹지병원은 국내 가장 규모가 큰 성형병원인 ‘BK성형외과’와 중국 땅투기 기업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일 뿐임이 드러났다.

제주 녹지병원은 외국영리병원이 아니라 국내 개인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하여 국내 영리병원을 세우려는 시도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신청을 허가한 제주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은 ‘외국인병원’이 아니라 국내병원들이 비영리법인 규제를 피하여 국내영리병원을 만드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주도는 4월 2일 낸 보도자료에서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에서 전액 투자 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제녹지병원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병원의 제2 투자자는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이하 북경연합리거)다. (참고자료 1)

그리고 북경연합리거 소속 최대 규모의 병원은 바로 국내 성형외과병원 중 최대 규모인 BK성형외과 원장 홍성범씨가 설립 운영하는 ‘서울리거’(首尔丽格, 전 ‘세인트바움’) 성형 영리병원이다. 홍성범씨는 2004년부터 제주도에 영리 성형타운을 만들고자 여러차례 시도한 바 있으며, 언론을 통해 수차례 제주도 내 영리 성형 센타 설립의 꿈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참고자료 2)

홍성범 원장이 운영하는 서울리거병원은 표면적으로는 북경연합리거 소속 16개 병원 중 하나로 되어 있지만 전체 소속 의사 43명 중 13명이 서울리거 병원에 있으며, 나머지 소속 병원들은 대다수가 비(非)성형외과 의사 등이 운영하거나 최소 1~2명의 의사만을 보유한 소규모 클리닉 수준이다. (참고자료 3)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중국 서울리거(首尔丽格) 병원 자체가 제주 영리병원의 설계와 운영을 전담하는 병원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해 서울리거 병원은 자신의 목표가 ‘녹지그룹이 개발하는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항노화전문병원의 설계부터 병원 운영까지를 전담’하는 것이라고 여러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제주일보 7.21, 디지털의사신문 2014.7.21. 기사 참고)

이 같은 사실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출장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복지부산하 정부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병원 개원식 참여를 공식 일정으로 삼았으며 당시 정호원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김재윤 국회의원,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재홍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등이 세인트바움(현 서울리거) 병원의 개원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세인트바움 병원 개원식 바로 다음날 녹지그룹을 방문하여 “세인트바움을 모델로 중국 하이난, 우한, 제주도 등에 세인트바움 수출 계획”을 논의하였다. 같은 자리에서 황민강 한국 녹지그룹 사장은 “병원 10개를 건립할 수 있는 부지와 기금 등을 (세인트바움에)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참고자료 4)

결국 정부 출장보고서가 말해주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국회의원 그리고 제주도청이 나서서 국내 성형외과가 중국에 설립한 영리병원에 중국 땅투기 기업의 날개를 덧붙이고 포장을 해서 다시 국내 영리병원으로 역수입하는 계획을 한 것이 드러난다.

또한 서울리거 병원이 녹지그룹의 제주 헬스케어타운 합작파트너임이 보도된 바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은 중국어로 홍보하는 서울리거 병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어 있다. 지난 4월 16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는 영리병원 허용이 “헬스케어타운에 ‘헬스’ 부분이 있어야 사업이 인가된 취지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한 ‘녹지그룹은 병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실제적 병원운영 경험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2개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어서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종합하면 제주 헬스케어타운의 ‘헬스’를 담당하는 ‘중국 회사’가 바로 영리병원인 서울리거 병원이며 녹지병원의 운영주체인 것이다. 즉 간단히 말하면 BK성형외과 -> 상하이 세인트바움 병원 -> 서울리거 병원 -> 제주녹지병원(실질운영주체)인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홍성범 원장의 BK성형외과가 녹지병원의 설계 및 운영주체이며, 녹지병원은 중국자본 기반의 BK성형외과의 제주 영리병원지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는 “국내법인이 외국인을 내세워서 우회적으로 외국 영리병원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전부 반려하겠다” 면서 “혹시 우회적으로 다리를 걸치려는 경우는 철저히 걸러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자료 5)

원희룡지사는 도민에게 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면, 한국병원이 외국 자본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신청한 것이 분명하게 밝혀졌으므로 제주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중앙정부에 제출한 설립허가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 서울리거 병원은 “한국의료와 한국자본이 주도해 설립한 해외진출병원이고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수출협회가 공인한 의료수출 제1호 병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2014.12.18.)

게다가 정부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최측근이 세인트바움 개원식 및 녹지그룹 방문에 참여하는 등 이와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이를 추진했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몰랐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파악하고 자신의 말대로 영리병원 설립 계획서 제출을 철회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하며 국내병원의 영리병원 설립 우회로가 될 제주 녹지병원 설립 허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BK성형외과는 지난 2012년 세금 탈루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어 공동 대표 원장인 홍성범씨를 비롯한 3명이 16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제사범으로 회장이 구속된 싼얼병원에 이어서 또다시 제주도는 조세포탈 범법자들에게 한국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하려 하는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박근혜 정부는 탈세 범범자들에 대해 관대할지 몰라도 우리는 주식회사형 병원을 설립해 돈만을 추구하고 탈세를 일삼는 이런 자들에게 건강과 생명을 내맡기는 영리병원 허용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영리병원은 국민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투기기업들의 이윤추구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제주 영리병원을 시도했던 사기 기업인 싼얼병원과 이번 녹지병원 설립에서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목도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녹지병원과 같은 방식의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다면, 지금도 규제가 극히 미약한 개인병원들의 경우 BK성형외과의 이러한 진출을 모델 삼아 국내 영리병원으로의 우회적 진출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 의료의 파탄을 가져올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제주도민과 함께 국내 영리병원 1호를 설립하려는 제주 녹지병원 설립을 막아낼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 2의 홍준표’ 라는 오명을 얻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제주 영리병원 설립 신청서를 철회하고 BK성형외과와 서울리거 병원의 관계와 녹지병원 실질 운영 주체에 대한 모든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 (끝)

2015년 4월 27일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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