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포티닙 복용 후 암 크기 줄었지만 가족에 부담줘 미안한 마음"
"치료제 있지만 쓰지 못하는 환자들 외면 말아야"
23일 본지에 테포티닙(제품명 텝메코)의 급여 진입 필요성을 강조한 환자의 글이 전달됐다.
자신을 부산에 거주하는 70대 비소세포폐암환자라고 소개한 김병윤 씨는 직접 복용한 MET엑손 14결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텝메코의 치료 경험 후기와 급여 필요성을 역설하며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MET 엑손 14 결손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8~3.1%에서만 나타나는 매우 희귀한 암종이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MET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텝메코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 씨는 글에서 "MET 변이는 저와 같은 고령의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고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저와 같은 희귀 암 환자에게 있어 치료제의 급여 여부는 '치료 기회'와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여 지연은 절실한 희귀 암 환자의 '치료 기회'를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조속한 치료제의 급여 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테포티닙이라는 효과 좋은 치료제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더할 나위 없이 기쁘면서도, 아직 급여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가족에게 치료에 대한 부담을 주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희귀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급여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고통은 깊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높은 치료 비용으로 인해 생명을 포기하는 일 없이, 단 하루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소외되고 있는 희귀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 했다.
김병윤 환자의 심정이 담긴 글을 편집없이 그대로 옮겨 소개한다.
외면 받는 희귀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삶의 마지막 희망마저 소외되는 현실 MET 엑손 14 결손 비소세포폐암 환자인 김병윤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은 폐암으로, 80% 이상이 비소세포폐암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생존율 향상을 위해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희귀 유전 변이를 가진 저와 같은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 설정 심사에서 매번 밀려나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은 MET 엑손 14 결손(이하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으로,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2~3%만 발생할 정도로 희귀합니다. MET 변이는 뇌, 뼈, 간 등으로 전이가 쉽고,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 비소세포폐암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ET 변이는 저와 같은 고령의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고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표적치료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고 우수한 생존율과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몇 년 전 MET 변이 표적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와 허가되었지만, 아직까지 급여화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와 같은 희귀 암 환자에게 있어 치료제의 급여 여부는 ‘치료 기회’와 같습니다. 급여 지연은 절실한 희귀 암 환자의 치료 기회를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현재 치료를 위해 복용하고 있는 약제는 테포티닙이라는 표적치료제입니다. 저는 폐암으로 진단받을 당시 척추까지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현재 12개월째 테포티닙을 복용하며 종양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암을 진단받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활발히 지내고 있습니다. 테포티닙이라는 효과 좋은 치료제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더할 나위 없이 기쁘면서도, 테포티닙은 아직 급여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가족에게 치료에 대한 부담을 주고 있어 미안한 마음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MET 변이 치료를 위해 테포티닙을 권고하고 있고,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 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해외 MET 변이 환자들과 달리 국내 MET 변이 환자들만 효과가 좋은 치료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테포티닙은 전 세계 MET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상연구에서 환자가 질병의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 1년 이상(15.9개월)으로 면역항암제보다 훨씬 더 긴 생존 연장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은 후 시한부와도 같았던 저에게 테포티닙은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직접 복용해본 테포티닙은 부종과 같은 경미한 이상반응만 있을 뿐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때 흔히 겪는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테포티닙은 하루에 한 번 두 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고령이지만 스스로 병원을 오가며 일반인처럼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 덕에 가족들의 간병 부담도 덜고,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더 나은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테포티닙 치료 후 병상에 누워만 있다가 생의 마지막 날을 세기보다, 시골에 가서 꽃과 정원을 가꾸며 사람 답게 살다가 여생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희귀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급여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에 국회에서 열린 ‘2024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심포지엄-‘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현장에서는 MET 변이처럼 희귀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재정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급여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고통은 깊어집니다. 보험당국이 테포티닙과 같은 치료제의 보험 급여를 승인하여, 환자들이 높은 치료 비용으로 인해 생명을 포기하는 일 없이, 단 하루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소외되고 있는 희귀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