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의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직역갈등 격화시킨 법으로 규정하고 국회에 대한 깊은 분노와 절망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간호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향후 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피해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국민건강과 생명 지킬 것을 밝혔다.
의협은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에 무너진 의사들은 환자를 버리고 간 패륜 취급을 하더니, 직역이기주의의 끝판 간호사 특혜법을 조건으로 파업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에게는 발빠른 국회 통과로 화답을 했다"면서 "의사들이 띠를 두르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하고,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신성한 권리고 정당한 실력행사로 미화돼 정치권과 완벽한 거래가 또 한번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반년 동안, 환자 곁을 떠났다고 언론과 온 사회가 의사를 마녀사냥하고 조리돌림하여 악마의 화신이 됐는데, 보건의료노조가 환자를 내팽개치고 떠난 것에는 비난 논조는커녕 한없는 존중과 관대함만 보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또 한번 드러낸 것"이라며 "의사는 빼앗을 게 많은 기득권 소수 집단이니 맘껏 탄압하고 권한과 지위를 박탈해야 하며, 타 직군들은 의사보다 약자층이고 숫자도 많으니 더 퍼주고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불합리한 기조와 원칙을 고수해 온 것이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런 나라답게 27일 늦은 시간 여야의 밀실 야합으로 간호법은 국회를 통과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그 법안 내용 그대로를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키는 촌극이 국회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의 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각종 불상사의 책임에 직면하게 될까 두렵다"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고,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데 따른 혼란 등으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의료법 안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여러 직업군들까지 권리 확보를 위해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간호사만 단독법을 만들어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데 어떤 핑계로 거부할 것인가? 협업과 상생은 옛말, 직역간 각자도생의 분열과 반목 속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은 뒷전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 강행으로 PA에 의한 불법 무면허 행위에 면죄부가 생기고, 간호사의 의사 행세가 가능하게 됐다"며 "결론적으로 이 땅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에 의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따윈 어울리지 않으며 이 사실에 우리 14만 의사들은 집단 각성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우리 의사들은 사람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배움에 매진 또 매진해 왔다. 고도의 지식과 실력 없이는 인간의 생명을 다룰 수 없기에 의사로 양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인고의 나날이었다"면서 "밤새워 갈고닦은 술기로 심혈을 다해 환자를 보았고, 주 80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수련으로 승화시키며 나를 던져 남을 살리는 보람에 중독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을 고수한다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나설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간호법안은 의료대란을 가중시킨 범죄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이 나라는 의사 직업의 가치를 가차 없이 짓밟았고 의사 존재의 의미를 유린했다. 당신들의 만고의 역적, 의사들은 이쯤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근거 없는 의대 2000명 증원에 이어 간호악법까지, 이 나라는 의사를 국민의 일원이 아닌 주적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엉터리 부실교육으로 의사가 되고, 간호사가 의사 자리를 대신하는 곳에서 의업을 지속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고 한숨 쉬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대한민국 의료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에 적극 대응하는 파수꾼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실 의대교육을 철저히 감시해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고 우수한 의사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의 폭압적인 의료개악 만행을, 의료계가 주도하는 진정한 의료개혁으로 전환시켜 의료정상화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