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우유 사탕을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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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우유 사탕을 줄게요."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5.17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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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해진 엄마가 자주 한숨을 쉬자 아이는 며칠 엄마를 관찰했던지 지난 월요일 대뜸 등원 길에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엄마, 요즘 기분이 안 좋아?"

"왜?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응."

"아니야, 괜찮아."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면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더 꽉 쥐었다. 그러다 불현듯 엄마를 응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엄마, 내 딸기우유 사탕을 줄게요."

유진이는 웬만해서는 엄마에게 간식을 양보하지 않는다. 평소 아빠와 함께 먹으라고 간식을 전달해 줄 때는 더 많은 양을 먹기 위해 양손에 하나씩 갖고도 성이 차지 않아 입에 간식거리를 잔뜩 욱여넣는 아이다. 그런 유진이가 엄마의 기분을 읽은 뒤 자신이 좋아하는 사탕을 주고 싶어 했다.

아이는 맘이 급한 듯 골목 귀퉁이 쪽으로 뛰어가 가방을 내려놓고는 하원 길에 먹으려 챙겨 두었던 딸기우유사탕을 가방 앞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엄마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힘이 들어간 눈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이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 그리니까 회사 가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먹어."

"이거 진짜 엄마한테 주는 거야?"

"응. 유진이 생각하면서 먹어."

아이는 엄마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양보했다는 사실이 뿌듯한지 다시 한 번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 멋지지?"

아이에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는 등원 길에 아이의 기분이나 감정을 읽어볼 여유가 없었는데 아이는 오히려 엄마의 기분을 읽으며 자신이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니 기특했다.

"유진이가 엄마 마음도 알아주고 정말 다 컸네!"

"그럼, 나 여섯 살이야!"

아이는 자신이 생각해도 뿌듯했던지 엄마의 손을 이끌고 뛰기 시작했다. 길가에 피었던 꽃들이 시들해지는 모습도 이날은 예뻐 보였는지 꽃들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금세 시들었네. 내년에 다시 보자."

등원 길에 좋아진 기분을 아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는 걷듯 뛰듯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어린이집 앞에서는 들어가다 말고 뒤돌아보며 엄마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주는 긍정적 에너지에 며칠을 고민했던 걱정거리가 순식간에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으로 변했다. 덕분에 자꾸 부정적으로 흐르던 나의 감정도 살짝 물렁해졌다.

공룡을 좋아하는 딸은 과천과학관을 제 집 드나들듯 한다. 어린이날을 맞아 찾아간 과천과학관에서 좋아하는 공룡과 만화캐릭터를 동시에 볼 수 있어 기뻐했던 유진이의 모습.

그 날 오후 하원담당 아빠가 일이 있어 늦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히 찾아간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엄마를 보고 기뻐 폴짝폴짝 뛰면서 이렇게 말했다.

"와. 엄마다. 오늘은 엄마가 왔네."

아이는 급히 신발을 찾아 신고는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엄마가 (사탕 줘서) 고마워서 데리러 왔나 봐요."

담임선생님은 유진이가 오늘따라 엄마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원에서 생활도 정말 즐겁게 보냈다고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진이는 다시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기분 나쁠 때는 나에게 말해. 내가 딸기우우사탕을 줄게요."

유진아, 엄마에게 딸기우유사탕은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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