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간호사단체 "정원문제 해결위한 조정위 신설 찬성"
의사단체 "의료체계 심각한 부작용 초래...법안 철회해야"

향후 10년간 의대정원을 600명 증원하고 의대정원 조정을 위한 입학정원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입법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극렬히 갈렸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입법체계상 일관성 등을 들어 조정위 신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법률에 증원규모를 명시하는데에도 반대입장을 내놨다. 유관단체 중에서는 환자단체와 간호사단체, 한의사단체가 찬성 쪽에, 의사단체와 치과의사단체, 간호조무사단체, 병원단체가 반대 쪽에 섰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강보험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세부 심사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졌다.
19일 검토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대, 간호대) 정원의 증·감원, 의료인의 지역별 또는 필수의료 분야별 배분 등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의료인 입학정원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이 우수한 의료인 확보와 적절한 공급을 위해 입학정원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료인 입학정원조정 등에 관한 사항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의대 정원의 전체 입학정원을 2024년 의대 총 입학정원에 600명을 더한 인원으로 증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관계부처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데 반해 환자단체와 간호사단체는 찬성 입장을 제시했다. 또 한의사단체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반면 의사단체, 치과의사단체, 병원단체 등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우수한 의료인 확보 및 적절한 수급을 통한 의료인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나, 대학의 입학정원은 고등교육법령에 규정할 사항으로 입법체계상 일관성이 필요하고,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규모를 법령으로 정해 명시하기보다 의료계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전문가 등 참여) 심의 등 사회적 의견수렴을 수렴해 증원 규모와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용상 반대다.
행정안전부 역시 "법률안의 의료인 입학정원조정위원회는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정원, 의료인의 지역별 또는 필수의료 분야별 배분 등을 심의하기 위한 자문위원회 성격의 위원회로 별도 위원회를 신설하기보다는, 필요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또는 보건복지부 정책자문위원회 등의 분과위원회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우수한 의료인 확보와 적절한 수급을 위해 의료인 입학정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의료인 입학정원조정위원회 두고 의대정원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 개정안에 대해서 찬성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도 "우수한 의료인 확보 및 적절한 수급을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인 의료인입학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본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동의하며, 해당 위원회를 구성해 의료인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입학정원조정위원회 위원 중 ‘제28조에 따른 의료인 단체,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제28조에 따른 각 의료인 단체, 제52조에 따른 각 의료기관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수정해 전체 보건의료인력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관한 사회적 합의 절차라는 취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입학정원 조정은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각 의료인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정의견인데 정원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다른 의료인 단체와 병원단체는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조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면밀한 검토 없이 의대정원 증원을 강제화하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절대 반대하며, 의료계 및 의학교육계 등 당사자와 합의 과정 없는 일방적인 의사인력 증원이므로 동 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또한 "우수한 의료인 확보 및 적절한 수급을 위해 합리적 절차를 마련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대리수술 및 처방 등의 불법진료 근절을 위한 방안이 의료인력 정원 증가로 귀결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의사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과다 경쟁과 저수가 정책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오히려 불법행위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병원협회는 "미래 의료 수요에 부합하는 의사인력을 추계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수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공급자단체, 교육자(대학/수련 병원)등 의료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거버넌스를 구축해 의료인 입학정원뿐만 아니라 교육, 수련까지 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개정안의 의료인 입학조정위원회 신설을 통한 의료인력 관련 문제 해결 목적과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개정안의 의료인 입학정원조정위원회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사항이 중복되며, 정원의 인원을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사료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