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 닥터 차정숙·낭만닥터 김사부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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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 닥터 차정숙·낭만닥터 김사부 '허와 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5.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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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전공의 도전·외상센터 현장 담아…시청률 10%대 행진
전공의법·인력부족 현실성 제고…의료정책 문제점 접근 아쉬워

공중파에서 의학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의사의 삶을 조명한 두 편의 드라마가 시청률 10%대를 이어가며 의료인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에게 잔잔한 파장을 주고 있다.
 
JTBC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량)과 SBS '낭만닥터 김사부 3'(연출 유인식·강보승, 극본 강은경·임혜민) 드라마가 4월부터 주 2회 방송 중이다.

전업주부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에 도전하는 JTBC '닥터 차정숙' 포스터.
전업주부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에 도전하는 JTBC '닥터 차정숙' 포스터.

JTBC는 의학드라마에 도전장을, SBS는 시즌 3로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이다.

의학드라마는 방송가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병원을 무대로 의료인들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닥터 차정숙은 40대 전업주부에서 뒤늦게 전공의 수련과정에 도전하는 의사를, 낭만닥터 김사부 3는 외과와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3개 보드(전문의 자격)를 지닌 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은 다르다.

닥터 차정숙은 레지던트 수련과정에서 부딪치는 의국 선후배와 교수 그리고 환자 등 대학병원 의료현장을 단백하게 담고 있다. 

주인공 차정숙은 아들과 같은 병원에서 다른 진료과 레지던트 1년차 과정을 밟고 있고, 남편은 같은 병원 외과 교수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가정사가 가미되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의학드라마 상징인 의학용어를 설명하는 자막도 없다.

의사와 의사, 의사와 간호사 등이 외래와 병실, 수술장 등에서 주고받는 복잡하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자막 없이 일반 드라마 대화처럼 보여준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3' 포스터.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3' 포스터.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3는 대학병원 분원에서 3개 보드를 지닌 외과 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진들의 병원 생활을 그리고 있다.

시즌 3는 응급실 중심에서 보건복지부 지정 권역외상센터로 영역을 확장해 촌각을 다투는 중증 외상환자의 사선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치열한 현장을 표현하며 역동성을 높였다.

많은 의학드라마가 그렇듯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수술 장면은 필수이다.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등 변화된 술기 패턴을 다양한 수술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높였다.

닥터 차정숙은 늦깎이 전공의로 직장과 가정에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위트와 감성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3는 중증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의사상 구현으로 접근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편 모두 의료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충분한 공감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의료인들이 의학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끼는 주요 요인은 실제 현장과 괴리감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의학적 자문에 입각해 깊숙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전공의법에 명시된 주 80시간 근무와 지도 전문의 역할, 외과계 전공의 인력 부족, 전공의 별도 숙소, 전공의와 전문의 초음파 술기 경험 미숙 등 현장을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의료생태계를 지배하는 법과 제도, 정책은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

미용과 성형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진료영역은 건강보험 체계에 속해있다.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 모두 정부가 비용(의료수가)을 정해 통제하고 있다.

수술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4~5명 투입되어 수 시간 진행하는 위암 수술비용보다 개원가에서 이뤄지는 쌍꺼풀 수술비용이 높은 게 실상이다.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와 약제, 의료소모품 모두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이를 넘어서면 진료비 청구 시 삭감과 현지조사 그리고 행정처분 등 패널티가 부여된다. 

환자의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는 의사, 쪽잠을 자면서 중증 환자가 도착하면 달려 나가는 의사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짓는 이유이다.

권역외상센터 실상은 더하다.

외상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권역외상센터는 복지부가 유일하게 의사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곳이다. 복지부 지침에 입각해 외상환자 외에 다른 환자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없다.

24시간, 365일 항시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외상센터 의사들은 병원 내 미운오리 신세이다.

드라마처럼 외상환자가 밀려오는 외상센터는 일부에 불과하다. 수익성에 밀려 병원 경영진의 눈총을 받고, 낮은 급여와 눈치 보기에 지쳐 일반 병원 봉직의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의학드라마가 좀 더 솔직하고 과감해지길 기대한다.

의료인들이 공감하는 불편한 통제와 의료 현실이 가미된다면 극적인 감동과 재미에 혼신을 다하는 연기자들의 노력이 더욱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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