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약제, 국내 신속 도입 절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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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약제, 국내 신속 도입 절차 필요"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4.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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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레트증후군치료제 '데이뷰' 등장에 환우회 기대감 고조
"윤 정부, '허가-평가-급여' 제도 첫 사례되길"

여아에게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희귀질환이 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히 성장하던 아이가 12개월을 기점으로 성장이 지연되거나 퇴행된다. 가족력과 연관된 유전병이 아니기에 부모들은 아이의 변화를 쉽게 감지하지 못한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퇴행현상으로 여기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질환명을 확인하는 순간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레트증후군(rett syndrome)의 이야기다. 레트증후군은 X염색체와 연관된 질환으로 여아에게서만 발현되며 1~2만 명에서 한 명 꼴로 발생된다. 정상발달을 보이던 아이가 12개월을 기점으로 언어와 운동 발달 퇴행을 보이다 서서히 머리 크기가 작아지는 소뇌증을 앓게 되며 성장과정에서 척추의 뒤틀림, 경기 등을 보이다 대게 1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최근에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성인까지 삶을 유지하는 환자가 소수지만, 존재하고 있다.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 김수영 대표가 레트증후군 최초 치료제인 데이뷰의 국내 신속 도입을 위한 부모회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 김수영 대표가 레트증후군 최초 치료제인 데이뷰의 국내 신속 도입을 위한 부모회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레트증후군의 퇴행기는 보통 4기로 나뉘는데 1단계에서 발병, 2단계에서 퇴행, 3단계에서는 퇴행상태가 길게 유지되는 유지기가 이어진다. 4기는 말기로 많은 환자가 보행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성장하면서 뒤틀린 척추로 인해 호흡곤란, 잦은 경기를 이어가다 사망하게 된다.

국내 레트증후군을 앓는 환아는 1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관련 환우회로는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있다. 200여 가족이 활동 중인 부모회에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3월 아카디아파마슈티컬스의 레트증후군 치료제 데이뷰(성분 트로피네타이드)가 FDA 승인을 얻으면서 레트증후군 최초의 치료제가 생겨난 것.

그러나 국내 도입까지 현실은 녹록치 않다. FDA로부터 막 승인을 받은 신약인데다, 공급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약사가 국내 법인을 따로 두지 않아 정식적인 수입 절차를 통해 들여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1년 약가가 한화로 5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국내 공급이 된다고 해도 비용부담으로 쉽사리 약을 구입해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모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데이뷰의 국내 도입을 알아보고 있다. 국내 상위제약기업에 데이뷰 도입을 요청하는 한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부모회는 윤석열 정부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신속도입을 위한 정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가능하다면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에 데이뷰가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

기다리던 치료제가 세상에 등장했음에도 아이들에게 치료제를 줄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가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김수영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 대표는 "약이 나왔는데 사진으로 볼 수만은 없지 않냐"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데이뷰의 국내 도입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레트증후군부모회의 최대 이슈는 데이뷰의 FDA 승인 뉴스인가?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의 레트 증후군치료제 데이뷰(성분 트로피네타이드). 2세 이상 소아와 성인의 레트증후군 치료를 위한 최초 치료제로 지난 4월 FDA 승인을 받았다.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의 레트 증후군치료제 데이뷰(성분 트로피네타이드). 2세 이상 소아와 성인의 레트증후군 치료를 위한 최초 치료제로 지난 4월 FDA 승인을 받았다.

맞다. 약(데이뷰)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모회 소속 부모들이 모두 환호했다. 이 약은 4월 말까지 미국 내 공급되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데이뷰의 FDA 승인 내용을 보니 임상시험 참가자들에서 의사소통, 미세운동기술, 호흡을 포함한 핵심영역과 상동행동까지 개선됐다고 한다. 국내 레트증후군 환아에게 빨리 건강보험 적용이 돼서 처방을 받고 복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데이뷰는 다른 치료제(CAR-T)처럼 1회 투여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제다. 1년 약값이 5억원으로 직접적으로 부모들이 부담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희귀난치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복지부가 밝힌 개선효과가 충분한 혁신·필수의약품에 한한 허가-평가-급여 시범사업에 데이뷰가 첫 사례로 포함되길 기대하고 있다.

-말씀하신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은 제약사가 직접 해당 약물을 신청해야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잘 알고 있다. 부모회에서도 약이 나왔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백방으로 알아봤다. 복지부와 희귀의약품센터에 문의해 봤으나 식약처에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한국에 약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에 대한 승인을 받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소요된다. 개인이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신청을 해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 역시 약값이 너무 높아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터뷰를 요청하신 근본적인 이유가 약제의 신속한 국내 도입 때문인가?

그렇다. 부모회 일원들은 약이 있어도 못 먹이는 상황이 발생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나 역시 사진으로 약을 보고 있는 현실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 드디어 치료제가 나왔는데 제약사가 국내에 없고 약가가 높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약을 못 먹어서야 되겠는가.

치료제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진행되는 절차를 확인하고 난 후 부모회 회원들의 마음이 조급해진 상태다. 한 시라도 약제의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 한다. 뉴스더보이스와의 인터뷰도 그래서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레트증후군은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특성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다만 아이의 퇴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다양한 치료를 하고 있다. 언어치료, 구강치료, 인지치료, 재활및 물리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기본으로 아이들의 퇴행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증명된 치료를 모두 하고 있다. 아이들마다 각자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하고 있다.

데이뷰라는 약이 나왔지만 이 역시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임상에서 걷지 못하던 아이들이 걷기도 하고 인지수준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아이가 다시 걷고 말하는, 그런 미래를 보고 싶다.

더불어 레트증후군은 경기(驚氣)를 동반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주기적으로 뇌파검사를 해야 하고, 경기를 예방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는 순간에 보호자가 곁에 없으면 사망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레트아이들은 수면장애도 있어 보호자들도 밤에 쉽게 잠들 수가 없다. 

-그 외에 부모님들에게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아이 상태에 따른 치료를 받을 때 마다 각각의 병원에 레트증후군에 대한 정보를 부모가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진들 역시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깊이가 다 달라 진료와 치료를 받을 때마다 아이 상황이나 질환에 대한 내용을 부모들이 설명해야 한다.

아이들은 인지능력이 돌(12개월) 전후의 상태이기 때문에 아파도 제대로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퇴행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데 의료진이 치료를 하며 "잘 참네"라고 칭찬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이는 참는 게 아니고 아픔을 표현할 수 없는 몸이라 일방적으로 아픔을 견디고 있는데도 칭찬을 들어야 한다. 치료 받을 때 아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레트증후군의 특징을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레트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은 각기 퇴행 정도가 달라 보행이 가능한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아주 간단히 의사표현을 하기도 한다. 다만 아이들 모두 잦은 경기를 일으키고, 손 기능이 상실돼 먹거나 혼자 신변처리를 하지 못한다. 

-대표님 자제분의 투병 이야기를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

말씀 드렸듯 아이들마다 상태가 각기 다르다. 저희 아이는 레트증후군의 교과서 같다. 질환의 소개에 나오는 전형을 따르고 있다. 돌을 전후로 엄마, 아빠를 표현하던 아이가 더 이상 그 단어를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다만 보행 능력은 있어 걷기는 가능한 상태다. 레트증후군 아이들의 특징인 상동행동을 한다. 손을 맞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으며, 상동행동으로 인해 척추가 휘고 뼈가 변형돼 교정을 위한 특수 보장구를 착용 시키고 있다.

심해지면 수술을 받아야하고, 환아들 중에는 이미 수술을 받은 받은 아이도 있어, 그 상황을 막고자 불편하지만 잘때도 보조기를 착용 시키고 있다. 현재 치료를 받은 것은 아이의 상태를 좋아지게 하기 위함이 아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부모들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병이다.

-레트증후군 진단은 보통 어떻게 받게 되나?

산전검사를 통해 나오면 좋겠지만 항목에 없다. 대부분은 아이가 돌 이후 앉거나 서야 하는 시기에 발달지연을 의심하다 진료를 통해 진단을 받게 된다. 저희 집의 경우는 둘째가 생겨 첫째 아이가 질투로 퇴행 행동을 하는 줄 알다가 뒤늦게 치료센터에서 담당 선생님이 레트증후군을 의심해 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시간을 끌면 더 안 될 것 같아 큰병원을 찾아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받았다.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가 발간한 레트증후군 소개 안내 책자. 인지도 개선을 위한 부모회 노력의 단명을 볼 수 있다.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가 발간한 레트증후군 소개 안내 책자. 인지도 개선을 위한 부모회 노력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한국레트증후군부모회는 1999년 여섯 가족이 모여 창립해 보호자들 상호간의 친목, 정보교류, 사회에 대한 홍보, 교육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레트증후군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고민하자'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부모회는 현재 200여 가족이 활동하고 있다.

가족 정기모임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하고 동영상 회의를 통해 모임을 운영해 왔다. 올해부터는 정기모임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 한다. 1년에 4번 정도 경기 일산에 위치한 정혜사에서 모임을 진행하는데 '정혜사레트봉사단'분들이 모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부모들이 맘 편히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연 1회 세미나와 가족 캠프 등을 열어 레트증후군환아들과 가족들과 만나 힘겨운 투병 생활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인터뷰 마무리다. 더 전달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모들의 심정은 다 같은 것 같다. 아이에게 최선이라면 그것을 해주고 싶다. 부모회에서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데이뷰의 국내 도입을 알아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보려 한다. SNS를 비롯해 정부에도 이야기를 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우리의 의견을 말하려 한다.

꿈에 그리던 치료제가 드디어 나왔다. 약을 사진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는가. 빨리 급여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도록, 긴급 도입 의약품으로 선정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사를 읽는 분들이 데이뷰의 국내 도입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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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2024-02-02 13:12:36
제발 국내 도입이 하루 빨리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선 2023-12-19 21:31:30
국민건강보험 적용 하루 빨리 되길 바랍니다.

정윤호 2023-09-30 22:11:09
빠른 시일 안에 국내에 도입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국호대디 2023-04-28 10:12:10
제발 국내 도입 시켜 주세요

이해준 2023-04-26 08:59:20
부탁합니다 국내도입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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