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히기 쉽지 않은 '혁신신약' 개념 간극...고민만 깊어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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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히기 쉽지 않은 '혁신신약' 개념 간극...고민만 깊어진 정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3.13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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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제약, 'GIFT' 프로그램 지정약제 카드 새로 제시
다국적사, '만성 또는 중증 쇠약 질환' 추가에 무게
정부 측 "양측 매칭 어렵고, 추가 소요재정도 숙제"

이른바 '혁신신약 적정가치 반영' 방안을 모색하는 민관협의체 회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내 제약계와 다국적 제약계가 원하는 그림은 윤곽이 확연해 졌다. 문제는 양측의 셈법이 다르다보니 그림을 매칭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와 보험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의의 핵심은 '혁신신약'의 개념의 정리하고 보험정책상의 우대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른바 혁신적인 신약 약가우대 근거를 담은 건강보험심심사평가원 내부규정인 '신약 등 협상 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기준' 중 '1.7.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평가기준'을 손질하는 게 초점이다.

현 적용대상은='WHO에서 추천하는 필수의약품 또는 국가필수의약품을 수입 생산해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기업이면서 제외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기업이 등재신청한 약제'와 '세계최초로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최초로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은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 등 5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약제다. 또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가 아닌 세포치료제도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적용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다국적 제약계 제안과 정부의 공감대=다국적 제약사들은 '혁신신약' 정의를 ▲새로운 물질 또는 기전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제보다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입증한 경우 ▲만성 또는 중증의 쇠약 질환 또는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 등의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약제로 제안했다. 

현 규정에서 외국의 신속허가제도 요건과 희귀질환치료제·항암제 요건을 빼고 대신 '만성 또는 중증의 쇠약 질환'을 추가하면서 '혁신신약' 범주에 들어가는 약제도 위험분담계약(RSA)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게 핵심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자신들의 제안에 대해 정부와 보험당국도 공감하고 있다는 의견을 최근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물론 건강보험공단 정해민 약제관리실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합의된 건 없다"고 일축하기는 했는데,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는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열린 민관협의체에서는 '만성 또는 중증의 쇠약 질환'의 범주를 희귀질환이나 이에 준하는 질환으로 제한하려는 보험당국과 '2년 이상 생존 가능하게 하는 난치질환까지'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다국적 제약사 간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와 보험당국은 '혁신신약' 범주에 해당하는 약제에 환급형 중심의 RSA 적용에는 공감하지만 경제성평가자료제출 생략(경평면제) 대상으로 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경제성평가를 통한 신약 가치 평가에서 해당 신약의 혁신성이 어떻게 논의됐는 지 결과를 해당 업체도 알수 있도록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정부와 보험당국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카드 커낸 국내 제약계=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혁신신약'과 '개량신약', 두 가지 트랙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신약' 개념에 'GIFT(Global Innovative product on Fast Track)' 프로그램 지정약제 카드를 커냈다. 현 혁신신약 요건 5가지를 모두 없애고, 대신 'GIFT' 지정약제와 국내에서 3상임상을 진행한 약제로 '혁신신약' 개념을 정리하자는 게 골자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GIFT' 프로그램은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에 대한 신속심사 활성화 지원체계'를 말한다. 새 정부 '식의약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약사법(우선심사 대상 지정)과 공중보건위기대응의료제품개발·공급특별법(우선심사)에 근거해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법보다 유효성 등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경우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감염병의 대유행(대유행이 현저히 우려되는 감염병의 발생을 포함한다) 등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감염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작용 원리·기전 등이 전혀 새로운 신개념 의약품 또는 기존 치료법보다 유효성 등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정·공고한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과 의료기기 조합에 해당하는 약제가 지정 대상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1호 약제는 한국로슈의 악성림프종치료제 '룬수미오주(모수네투주맙)'를 지정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혁신신약 우대방안을 제안하면 매번 통상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GIFT' 프로그램 지정약제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 많은 만큼 통상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보고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사와 다국적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가 'GIFT'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계의 기대와 달리 다국적 제약계가 이 방안에 동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GIFT' 프로그램은 고려 가능할 수 있지만, 국내 3상 임상 조건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3상임상 조건을 충족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전체 임상참여 환자 수 중 일정비율 이상 기준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사와 다국적사 간 간극이 적지 않아 이걸 정부가 어떻게 매칭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정부도 고민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어떤 방식이든 이번에 대안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 같다. 다만 제도개선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도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사와 다국적사, 양측이 서로 욕심만 내지 않고 적정하게 양보 또는 타협점을 찾아서 정부의 고민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제약계가 제시한 방안에는 '혁신신약' 범주에 해당하는 약제 중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중이거나 기술수출을 한 신약에 대해서는 RSA(환급형)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천연물신약 적용요건을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개발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확대방안이 건의되기도 했다.

한편 혁신신약 적정가치 반영을 위한 민관협의체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24일 종료될 예정인데, 필요한 경우 한 두 차례 회의가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정부 쪽에서 필요한 경우 4월에도 회의를 더 열 수 있다고 했다. 국내사와 다국적사 제안에 대한 매칭안 등을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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