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생존자 심리지원 요구 높지만 정책 기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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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생존자 심리지원 요구 높지만 정책 기반은…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12.2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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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숙 과장, "관련법 미비, 지역사회 접근 한정적" 
이현정 연구원, "사회적 인식 개선·통합지지 확대 운영 필요"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암환자의 심리지원을 위해 관련법 개정과 기존 암통합관리 방향 설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암 진단에서부터 치료, 수술 등 '의학적 관점'에 초점이 맞춰졌던 암생존자 통합지지 사업을 심리지원과 맞물려 통합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점이 많아 환자단체와 민간 등 각계 협업을 통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암 관리 사각지대 체크포인트: 암 환자 심리에서 길을 찾다’ 정책 토론회에서 "오늘 이 자리는 정책적 아젠다가 다시 편성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면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김 과장은 “암 5년 생존률이 70%가 넘는 국내 상황에 맞지 않게 암 관리정책은 항암치료 자체에 집중된 측면이 있었다"고 운을 떼면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라는 개념이 등장한지 10년 정도가 됐지만 아직까지 심리지원의 측면에서는 확충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환자 심리지원은)단순히 기존의 암 관리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신건강과 결합된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국가적 인프라는 적고 어디서 누가 제공해야 할 지 등을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건소가 지역사회에서 접근하는 것으로는 맞지만 현재는 정신질환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암생존자 통합지지를 확산시키면서 심리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과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동료지원가에 대한 제안이 나왔지만 크게 보면 경험 공유 같은 서비스로 가야할 것"이라면서 "일상생활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법, 플랫폼 등의 사회서비스 형태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암 생존자의 심리적지원을 펴기에는 정책적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올캔 등 환자단테와 지역사회 등 다방면의 협업이 필요하다. (복지부는)정책적 아젠다가 자리잡히면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선임연구원
이현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선임연구원

이현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선임연구원은 현재 운영되는 암생존자 통합지지프로그램에 대한 홍보와 지역사회로 파급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선임연구원은 "암환자라는 낙인이 있는 상태에서 심리지원을 말하면 정식적인 낙인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면서 "암환자 심리지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현재 운영되는 암생존자 통합지지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지원 프로그램이 확산된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면서도 "고려사항으로는 암환자 동료지원가의 어려움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진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을 보는 의사이지만 나 역시 유방암으로 투병을 경험했다"면서 "의사인 나 조차 적지 않은 우울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암 환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양해 스크리닝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는 전문가도 부족하기 때문에 정신종양학 분야를 더욱 확충하고, 간호사와 임상심리 전문가도 보다 풍부하게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암환자 심리지원을 위한 환자간 지지프로그램’의 결과가 공개됐다. 

유승은 고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주도한 지지프로그램은 올해 3월부터 시작해 12월에 종료됐다. 암생존자인 6명의 동료지원가가 10명의 암환자에게 정서적 지지와 암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만남을 진행한 결과 동료지원가의 교육 과정 만족도는 4.91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동료지원가와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완료한 환자 7명의 만족도는 4.66점(5점 만점)으로 나왔다. 

동료지원가로부터 심리지원을 받은 환자들의 우울검사 PHQ-9 평균 점수는 심리지원 전 7.56점에서 심리지원 후 2.86점으로 크게 낮아졌다. 

보통 PHQ-9의 점수가 5점 이상이면 우울증 초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 참여 암환자 자기효능감 척도(CSSES) 점수도 63.11점에서 78.38점으로 상승했다. 

유승은 교수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암환자들이 정서, 신체, 기능, 사회 및 가족 영역에서의 삶의 질이 유의하게 높아졌다"면서 "이는 동료지원가로부터의 심리지원이 암환자에게 심리적·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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