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헌혈 문제 외면하는 복지부·적십자사 상대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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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헌혈 문제 외면하는 복지부·적십자사 상대 인권위 진정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12.1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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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환우회 회원 90명 공동제출..."비인권적 상황 바로잡아 달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2022년 12월 15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백혈병·혈액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혈소판을 환자나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한국백혈병환우회는 2022년 12월 15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백혈병·혈액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혈소판을 환자나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환자단체가 예고대로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상대는 환자들의 외침을 외면해 온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 대한산업보건협회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환자들은 15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곧바로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치료에 필수적인 수혈을 받을 혈소판을 직접 구하는 비인권적인 지정헌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들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한적십자사 총재,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이 신속히 취하도록 권고해 달라는 게 진정의 주요내용이다. 진정인으로는 백혈병환우회 회원인 장연호 씨 등 90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정헌혈(directed donation)'은 의료기관이 환자 또는 환자가족에게 수술·항암치료·이식에 필요한 혈액을 구해오라고 요청할 때 환자 또는 환자가족이 직접 헌혈지원자를 구해서 환자와 의료기관을 지정 의뢰한 후 헌혈지원자가 혈액원에 가서 헌혈하면 그 혈액을 지정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환자가 수혈을 받도록 하는 헌혈을 말한다. 

지정헌혈 사례는 2015년 2511건에서 2016년 1만9316건, 2017년 2만859건, 2018년 1만9344건, 2019년 4만5557건, 2020년 7만7334건으로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크게 증가해 왔다. 그리고 2021년에는 총 헌혈 건수 260만4427건 중에서 5.4%에 해당하는 14만2355건으로 급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최혜영의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백혈병·혈액암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성분채혈혈소판은 2021년 한 해 동안 총 헌혈 건수 26만2450건 중서 11.7%에 해당하는 3만711건이 지정헌혈로 환자나 환자가족이 헌혈자를 직접 구했다.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의 경우 2015년 924건에서 2021년 3만711건으로 6년간 3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백혈병·혈액암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백혈병환우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혈병·혈액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입원해 병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패닉 상태에 지정헌혈자를 구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병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백혈병·혈액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고 헌혈을 부탁하며 피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이 알려준 기한 안에 지정헌혈자를 구하지 못한 환자나 환자가족은 위급상황이 발생할까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은 '환자들에게 살려면 피를 구해오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환자와 환자가족은 피를 구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투병과 간병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환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백혈병환우회는 그러면서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 문제는 헌혈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혈소판 성분헌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혈소판 지정헌혈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최혜영 의원과 백혈병환우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피진정인들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추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2006년 백혈병환자들이 목숨을 건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을 통해 2007년부터 도입된 '혈소판 사전예약제'를 통해 이미 15년 전에 거의 사라진 혈소판 지정헌혈이 2021년 한 해 동안 총 헌혈건수 26만2450건 중에서 11.7%에 해당하는 3만711건이나 발생하도록 한 것은 피진정인들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연호(20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백혈병·혈액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혈소판을 환자나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출하고 있는 모습
장연호(20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백혈병·혈액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혈소판을 환자나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출하고 있는 모습

백혈병환우회는 "국가인권위는 치료받는 백혈병·혈액암 환자와 간병해야 할 환자가족이 직접 환자가 수혈받을 혈소판을 직접 구하는 비인권적인 지정헌혈 문제를 해결해 투병과 간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한적십자사 총재,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에 대해 '성분채혈혈소판 부족 문제 단기간 해결 방안' 시행을 통한 비인권적인 지정헌혈 문제 해결을 권고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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