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해 연세의료원이 3000억원을 들여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다. 2023년 상반기 본격적인 환자 치료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중입자치료기는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치료기 도입으로 혈액암을 제외한 고형 암종의 치료 성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과 전립선 암 등이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19일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2년차를 맞아 목표했던 사업들에 대해 점검해 보고 앞으로 계획을 말씀드리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면서 "의료원은 빅데이터와 유전체정보 기반 정밀의료 강화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중입자치료기 도입, 약제·바이오마커·의료기기 개발로 선진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세계에게 10여 곳 정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세계 최초로 1994년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하며 중입자치료를 선도해 왔다. 

연세의료원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해 하반기 중에 국내 난치성 암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이며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소화 가능한 환자 수는 50 여 명 정도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이라고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에서 중입자치료기 도입에 나선 곳은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이 있다.  

중입자치료는 '꿈의 치료기'로 불리며 주로 항암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것"이라면서 "우수한 치료효과 외에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도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기 도입 외에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정밀의료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디지털을 도입하고 있다"면서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에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의료원은 현재 세브란스병원부터, 강남, 용인, 그리고 개원 예정인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를 위해 올해 초에는 디지털헬스실을 신설하며 그 기반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또 "디지털헬스실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AI 의료영상 기업 등과 협업해 의료 빅데이터 분야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세의료원은 신약과 디지털치료제 등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술사업화를 위해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를 지난해 10월 설립했다.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는 연세대학교에서 만든 두 번째 전문기술 지주회사로 교원의 현장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함께 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세계 최다인 3만례 이상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로봇수술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임상 및 교육 분야 외에도 두산로보틱스와 국산 수술로봇 개발 협약을 맺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인력 영입과 인프라 확대 초점 

연세의료원은 선진화된 의료 기술 도입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캠퍼스 마스터 플랜'과 '의사과학자 양성' 그리고 '기독정신에 입각한 의학교육'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연구와 교육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배치할 것"이라면서 "의료 클러스터에는 최고의 환자 치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교통체계를 정비하고 연구∙교육 클러스터에는 연구자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쾌적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용자 중심 공간으로 꾸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의대 신축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오다 지난 4월 연세대 법인이사회에서 알렌관 등 부지에 신축하는 것을 승인 받았다"면서 "시설 노후와 연구 공간 부족 등 지속적인 인프라 문제를 겪어 온 의대는 신축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인력 확충과 인프라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채용전문면접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행정직,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채용전문면접관은 많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 쉽게 적응하며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긍정적인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선발한 인재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사고과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일부 시험과목을 조정하는 등 인사평가제도도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수 번아웃 방지 TF,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TF를 가동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윤동섭 의료원장은 "미래를 준비하며 창립정신인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미래 우리나라의 의과학분야를 선도할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기독정신에 입각한 의학교육을 통한 국제개발 모델 확대,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참여, 교직원 나눔 운동 등 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