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전문가 유창식 원장, 강릉아산병원장으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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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전문가 유창식 원장, 강릉아산병원장으로 고군분투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9.0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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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지만 서울아산 수준 진료시스템 구축 목표"
"상급종합이지만 의사인력 확보 어려움 겪어"
"주 1회 외래·수술로 진료현장 향수 달래"

"강릉으로 부임할 당시 고민이 많았다. 남은 정년까지 의사 또는 연구자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업적, 강릉아산병원장으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사명감을 사이에 두고 고민이 많았다. 약 3개월 동안은 연구와 수술보다는 행정과 경영 등 업무파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환자 진료와는 영역이 다르지만 강릉아산병원장을 제 소임으로 알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유창식 현 강릉아산병원장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과 대장암센터 소장을 역임한 국내 손꼽히는 대장암 전문가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서울이 아닌 영동지역 병원장으로 변신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 원장을 만나 최근의 근황과 강릉아산병원 상황을 들어봤다.

강릉아산병원은 영동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다. 의사 273명, 간호사 947명 등 2268명이 근무 중이다. 허가 병상수는 804배드. 지난해 외래 환자 수는 54만6380명으로 일평균 약 2300명(월 20일 근무일수 적용)이었다. 같은 해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는 각각 25만7992명과 4만4169명.

지역내 중추병원이자 감염병 및 중증질환 거점병원으로 역할이 크지만 여느 비수도권 병원처럼 의사 인력 수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심사평가원 급성기 뇌졸중 9차 평가와 2차 마취 적정성 평가에서 2등급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인력을 충원하고 환자 진료 절차도 개선했다.

로봇수술센터도 문을 열어 1년만에 200례를 넘기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유 원장의 포부는 크다. 그는 "우리 병원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진료환경과 더불어 자연환경도 너무나 좋아 환자의 정서적 치료에도 기여하고 있다. 병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서쪽으로는 백두대간 대관령이 보이는 병동 구조다. 좋은 병원이라는 개념은 아주 단순하다.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고 퇴원하는 병원을 만드는게 소박하지만 큰 소망"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병원의 진료시스템을 서울아산병원 수준까지 높이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목표가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유 원장과 일문일답.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30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의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겠지만, 병원은 그 이상의 고통을 느꼈겼던 것 같다. 의료진을 포함해 전 직원들도 힘든 시간이었다.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일부 병동이 폐쇄되기도 했었다. 대면진료 등으로 인해 확진된 의료진이 늘어서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코로나 중증병상(28개) 준비와 운영상의 어려움도 계속 이어졌다.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직업 특성상 일반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방역지침 외에도 더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직원들의 단합된 힘으로 잘 넘기고 있다. 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의료기관들 대부분이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은 어떤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맞다. 비수권 소재 병원들은 의료인력 확보가 제일 어려운 과제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 들고 있고,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젊은 의사 또한 마찬가지다. 기혼자는 가족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을 비수도권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지역수당을 지급하고, 아파트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직 기간 중 본인이 원하는 해외 유수의 병원에서 1년간 연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 의사 요청이 있으면 최첨단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간호인력은 어떤가.

=간호사는 다행스럽게도 지역에 간호학과를 설치한 대학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저희 병원 간호사들은 지역 연고가 많기 때문에 수급이 괜찮은 편이다. 작년 간호사 채용 경쟁률은 7대 1이었다. 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지역에서 단연 최고의 급여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간호사간 ‘태움’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부 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하게 한 활동하고 있다. 간호사 전용 휴게공간 마련과 휴게지원 간호사 배치로 휴게시간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현장교육 전담간호사, 야간전담간호사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지속적인 근무환경 개선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간호학과 학생들 간 각종 정보 공유 SNS에 우리 병원으로 실습 나왔던 학생들의 간호 근무 환경과 분위기에 관한 긍정적인 경험담이 많이 공유되고, 유연한 간호부 조직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대장암센터소장을 역임한 손꼽히는 대장암 전문가다. 병원 경영에 업무가 집중되면 진료와 연구 활동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그 점이 많이 아쉽다. 강릉으로 부임할 당시 고민이 많았다. 남은 정년까지 의사 또는 연구자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업적, 강릉아산병원장으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사명감을 사이에 두고 고민이 많았다. 약 3개월 동안은 연구와 수술보다는 행정과 경영 등 업무파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환자 진료로 한평생 보내온 영역과는 다르지만 강릉아산병원장을 제 소임으로 알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환자와 진료현장에 대한 그리움과 허전함이 남아 있어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여는 외래 진료와 수술로 달래고 있다. 병원 경영을 위해, 특히 진료현장을 속속들이 알기 위해선 집무실에서만이 아니라 직접 환자 진료를 통해 경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진료를 다시 재개한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로봇수술센터가 문을 연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성과가 적지 않았던거 같은데.

=로봇수술은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현대 외과의 큰 패러다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필수적으로 해야 할 술기다. 우리 병원도 로봇수술시스템을 도입하고 1년 만에 200례를 넘겼다. 비수도권 병원에서는 로봇수술 도입여부도 중요하지만, 로봇수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잘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병원 로봇수술 분포는 대장암이 24%를 차지하고 있고, 전립선암 20%, 자궁근종암 16% 순의 빈도를 보이고 있다.

유방암로봇수술의 경우 강원권에서 최초로 시행했고, 장 천공이나 장 마비 등 복부 불편감 부작용이 적고 빠른 식이 섭취가 가능한 후복막을 이용한 비뇨의학과 로봇수술은 환자 만족도가 높다. 

-강릉아산병원은 어떤 질환에 특화돼 있나.

=관내에서 모든 응급질환과 중증질환을 케어할 수 있는 병원은 우리 병원밖에 없다. 중증환자가 과거 대관령을 넘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 병원 개원 이후로는 심장, 소화기, 호흡기를 포함한 모든 내과영역과 수술, 간 이식 등을 포함한 외과 질환 등 모든 중증질환을 케어할 수 있게 됐다.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강릉아산병원의 상황과 역할은.

=환자의 지속적 진료와 안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수의료가 필요하지만, 수요가 적기 때문에 운영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지역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수당 등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개원 초부터 지역 중심병원 역할을 해 왔다. 작년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진료권역 내 중중환자들의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 상황에서는 대책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를 설치해 확산 방지를 위해 힘썼고, 이후에는 전담병동을 만들어 중중환자 치료를 맡아 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외상, 소아심장, 소아외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참여해 응급환자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많은 전담인력 투입과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명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서 올해는 적정성 평가에서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급성기 뇌졸중 9차 평가 결과에서 44개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2등급을 받았다. 2021년(2차) 마취 적정성 평가에서도 2등급에 그쳤었다. 

=우리 병원은 영동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역 주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보니 임상과 인력 수급이 한시적으로 원활치 못했었고 이 것이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 후 관련 의료진을 충원했고 응급센터 내원 Stroke 환자 진료절차도 개선했다. 오는 10월부터는 Stroke UNIT(뇌졸중집중치료실) 운영을 시작한다. 다음 급성기뇌졸중, 마취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 획득과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암을 비롯해 중증질환자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관내 상황과 이에 대한 강릉아산병원의 입장은.

=암 환자의 약 30% 정도가 수도권을 찾는다고 들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강원도에서도 많이들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1차·2차 의료기관을 거쳐 서울아산병원 외래까지 오는 데 2~3주가 걸린다. 그리고 저를 만난 후에도 검사와 수술까지 2~3주가 추가 소요된다. 수술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이다. 이런 게 환자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이곳 강릉아산병원에서는 타병원에서 의뢰가 오면 그 다음날 진료를 잡아주고 외래 당일 입원 후 정밀검사에 들어가 1주일 이내에 수술까지 진행하는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외과의사로서 매우 뿌듯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또 암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도권 병원과는 달리 입원 치료를 지원하고 있어서 환자들의 경제적, 시간적 혜택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의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방사선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사후 치료를 위해 다시 우리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지역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의 좋은 병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가령 고성, 양양 지역의 최근 지역 내 입원율은 제로다.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보게 된다.

-끝으로 병원장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병원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진료환경과 더불어 자연환경도 너무나 좋아 환자의 정서적 치료에도 기여하고 있다. 병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서쪽으로는 백두대간 대관령이 보이는 병동 구조다. 좋은 병원이라는 개념은 아주 단순하다.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고 퇴원하는 병원을 만드는게 소박하지만 큰 소망이다. 우리 병원의 진료시스템을 서울아산병원 수준까지 높이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목표가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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