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제제 유통규제 강화?...환자 VS 유통업계 VS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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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제제 유통규제 강화?...환자 VS 유통업계 VS 정부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2.08.0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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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각된 인슐린 수급문제에 시각차

환자=인슐린 접근성 악화로 건강권 발탈
유통=추가비용 부담에 순차적 적용 필요
정부=제도안착 과도기...환자와 소통 추진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이 상온에서 유통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생물학적제제의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의무화에 따른 여파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 여파는 당뇨환자들이 사용하는 인슐린의 공급망 불균형에서부터 표출됐다. 8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성명을 통해 식약처를 향해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의무화로 촉발된 인슐린 수급 문제를 즉시 해결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에서 비롯된 생물학적제제 유통관리 강화가 결국 인슐린 유통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당뇨환자가 지역약국에서 구할 수 있었던 인슐린을 종전처럼 구할 수 없게 되는, 접근성 저하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같은 수급문제는 업계에서 제도변화에 따른 수용문제에서 비롯됐다. 생물학적제제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온도를 유지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의무가 신설됐기에 제도 안착에 앞서 적잖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열악한 업계 현황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시장에서 생물학적제제를 유통하지 않는 업체는 경쟁력 하락으로 자연스럽게 재편을 기다려야 하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의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느냐이다. 분명 생물학적제제의 안전한 유통을 위해 이번 제도도입은 필요한 사안이다. 환자 안전에 초점을 두고 필요한 규제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환자와 유통업계, 정부의 시각은 다소 다르지만 결국은 환자의 건강을 위한 길을 좇는 방향성은 같다.

◆ "인슐린 기존방식대로 배송"...원활한 공급 최우선 주문

먼저 환자의 목소리는 어떨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8일 성명서에서 밝혔듯 인슐린의 경우 기존 의약품 배송 시스템에서 변질 등의 문제가 크게 보고된 바 없고 1형당뇨인들이 상시로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인 만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인 식약처가 유통업계와 논의해 기존 방식으로 배송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시행을 강조하지 말고 환자들에게 원활한 인슐린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줄 것을 주문하고 이번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할 권리를 박탈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환우회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인슐린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에 식약처는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두고 의약품 유통업체에 준비할 시간을 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인슐린을 판매해왔던 약국들이 유통업체의 납품 포기나 공급지연으로 지난 7월부터 인슐린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만 하는 1형당뇨 환자들은 인슐린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아 헤매거나 의약품 유통업체가 인슐린을 배송해 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제도도입후 배송 자유롭지 않아"...계도기간 더 필요

그럼 이번 사태에 대해 유통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일단 환자가 많아 시장규모가 큰 인슐린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견됐다는 목소리이다. 큰 유통업체마저 약국에서 주문하는 데로 공급을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일선 업계의 전언이다. 

이유는 생물학적제제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등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약국 주문에 능동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중소유통업체는 사정이 더 좋지 않은 상태이다.  

A업체의 사례를 보면 생물학적제제를 담는 1개의 아이스박스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냉매만으로도 200만원의 구매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 여타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피가 커 배송차량 적제에도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온도기록장치 등 온도기록에 숙달되지 않은 직원들로 배송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모 유통업체 핵심 인사는 이와 관련 "제도도입 이전에 비해 배송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라면서 "특히 생물학적제제를 공급할 경우 온도유지와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15일 판매정지로 이어지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비용도 많이 들고 제약사의 저마진, 배송에도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약국 거래처에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어느정도 시일이 지나면 업체들도 배송에 익숙해지면 현상황보다 좀더 나아질 것이라 본다. 문제는 지금 당장의 수급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열악한 업체형태를 감안해 제도 안착을 위한 계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예상돼 업체들은 올해초부터 약국거래처에 인슐린을 최대한 주문을 당부했었고 이제 약국재고가 바닥나면서 수면위로 올라온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콜드체인, 인슐린만 예외 안돼"...다양한 노력 추진

현행 제도를 수립한 식약처는 어떨까. 

식약처는 제도 도입취지가 생물학적제제의 유통과정에서 변질 등을 막아 환자 안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제도 시행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슐린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한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꾀할 예정이다. 환자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유통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평원을 통해 인슐린 처방형태를 심층조사,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의 핵심이 유통업계의 비용문제에서 귀결된다는 점에서 식약처가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좁은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5~6월초까지 유통업계와 4차례 만나 이번 사안에 대해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적 지원책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유통업체의 배송이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을 해소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업체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업을 영위하는 것"이라면서 "제도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것이기에 다소 비용을 들더라도 환자의 안녕을 위해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는 최대한 유통업체가 생물학적제제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선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잡아준 것에 불과하다"면서 "또 콜드체인이 필요한 의약품 중 인슐린만 예외적으로 제외하는 나라는 그 어느 곳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유통업계 실무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 어려움을 듣고 최대한 개선 가능한 부분을 담아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고 행정관리하는 보건소 등 배포해 활용하도록 했다"며 "제도 안착을 위한 과도기이기에 업계가 변화에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약처가 할 수 있는 범위내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환자와 유통업계,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현재 인슐린에 대한 환자접근성 저해가 발생한 만큼 이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해보인다. 제도시행의 키를 쥐고 있던 정부의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1월 생물학적 제제 등의 판매자가 생물학적 제제 등을 보관 또는 수송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 기준을 마련했다. 관련 준수사항은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다. 

먼저 보관온도에 따라 구분이 필요한 의약품을 냉장 또는 냉동장소에 구분해 보관하지 않거나, 운송 중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않은 경우 1차 업무정지 15일, 2차 1개월, 3차 3개월, 4차 6개월의 처분이 내려진다. 품질관리기록, 온도기록, 검정 및 교정기록을 작성·보관하지 않은 경우도 처분 대상이다. 기준은 1차 업무정지 7일, 2차 15일, 3차 1개월, 4차 3개월이다.

생물학적 제제 등을 출고할 때 운송처별로 품목, 수량 및 규격 등을 기록하지 않거나 운반용 차량 등에 식별 표지판을 붙이지 않은 경우에도 1차 업무정지 3일, 2차 7일, 3차 15일, 4차 1개월의 처분이 따른다. 생물학적 제제 등의 냉장고 또는 냉동고 등(보관시설), 자동온도기록장치, 수송용기 또는 차량(수송설비)을 갖추지 않아도 처분대상이다. 기준은 1차 업무정지 1개월, 2차 3개월, 3차 6개월, 4차 업허가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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