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희귀의약품·급여-희귀질환치료제, 왜 분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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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희귀의약품·급여-희귀질환치료제, 왜 분리하는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7.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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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환자단체, 통합운영으로 환자중심 행정해야

허가(희귀의약품)와 급여평가(희귀질환치료제)로 이원화돼 있는 희귀약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환자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접근법은 계속 유지돼야 할까?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13일 공동 주최한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희귀의약품은 식약처가 지정한다. 시판허가에 적용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병인구 2만명 이하, 적절한 치료방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하거나 기존 대체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을 말한다. 2022년 5월 기준 319개 성분이 지정돼 있다.

희귀질환치료제는 급여평가에서 활용된다.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적용 대상이다. 질병관리청이 관리하는 데, 유병인구 2만명 이하, 질환진단에 대한 기술적 수준이 가능하고, 질환진단을 위한 인력 및 시설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지정될 수 있다. 정의에는 질환의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큰 질환도 포함돼 있다. 2022년 7월 기준 1123개 질환이 지정돼 있고, 본인부담 특례제도인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다.

이형기 교수는 이렇게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가 구분돼 있다보니 희귀의약품 급여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가별 급여율을 보면, 한국(2012~2021)은 51.1%로 독일 90.8%, 영국 70.6%, 프랑스 68.7%(유럽 2000~2016)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해 위험분담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2012~2021년(54개) 적용약제를 보면, 희귀항암제 46.3%, 항암제 29.6%, 희귀의약품 20.4%, 기타 3.7%로 희귀의약품 급여 접근성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형기 교수는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를 일원화하고, 경제성평가면제 대상 확대, ICER 적용 유연화, 선급여 후 평가 등을 통해 신속히 급여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도 패널토론에서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를 구분해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니라 뿐이다. 이로 인해 치료제가 있어도 해당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질환이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급여혜택을 받을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해당 질환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행정을 요청드린다. 현재 희귀의약품의 지정 및 허가는 식약처, 희귀질환 지정 및 보험 등재 산정특례는 복지부, 질병청, 심평원, 건보공단이 수행하고 있다. 각 제도가 부처별 협력을 통해 보다 유기적으로 운영돼 사각지대에 처한 희귀질환 환우를 단 한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뉴스더보이스 기자(최은택 편집국장)는 희귀질환 산정특례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질병관리청 기준을 보면, 유병인구 수, 질환진단 기술적 수준, 질환 진단을 위한 인력 및 시설수준,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 질환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수준, 그 밖의 질환 원인·특성·유형 등을 고려해 희귀질환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를 토대로 검토현황을 희귀질환 헬프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데, 가장 빈번한 미지정 사유는 '질환의 중증도', '진단기준 불명확',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낮음 등'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이나 평가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질환의 중증도나 사회경제적 비용 수준에 대한 심사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지 의문도 제기된다.

더구나 건보공단이 질병관리청 위탁을 받아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을 논의하는 위원회는 위원 구성현황이나 개최일시, 운영절차 등이 일체 공개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위원현황과 개최일정 뿐 아니라 회의록까지 공개되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통계청의 상병코드(KCD)가 있어야 하는데, 상병코드 신설 또는 재분류 주기가 5년단위로 길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뉴스더보이스 기자는 "다수가 납득할 수 있도록 산정특례 대상 선정기준을 합리화하고, 선정절차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심의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해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희귀질환 지정 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유병환자수가 2만명 이상으로 평가돼 탈락한 경우 신속히 중증코드를 별도 신설해 중증환자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통계청 상병코드 관리 주기도 최소 격년 단위로 단축하거나 이게 안되면 정식 지정 전에 극희귀질환 등과 같이 임시코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는 한쪽은 식약처, 한쪽은 건강보험에서 쓰이는 개념이다. 희귀질환치료제는 등재 쪽에서 혜택, 희귀의약품은 사후관리에서 혜택을 드리고 있다"고 했지만, 일원화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기 않았다. 

오 과장은 또 "건강보험재정은 가입자 재원과 국고에서 14% 정도가 들어오고 있다. 희귀의약품 청구비는 9천억원, 항암제는 1조 6천억 정도다. 중증질환에 약제비로 2조 5천억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전체 약제비 대비 12% 정도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이지원 과장은 "인구 2만명 이상의 질환들은 중증·난치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관련해서는 계속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진단 기준 불명확의 경우 학회나 전문가 쪽에서 좀 더 진단 기준을 명확히 해서 신청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부분은 좀 더 민원 입장에서 과정을 명확히 아실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해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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