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형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FLS)의 시행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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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형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FLS)의 시행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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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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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우리나라가 늙어가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유엔은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서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령인구의 증가와 합계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위 연령은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남자 43.6세, 여자 46.5세로 2050년에는 남자 56.5세, 여자 59.5세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학적 측면에서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주요한 문제 중 하나를 꼽자면 골다공증과 이로 인한 골절이 있다. 골다공증은 뼈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뼈의 양이 줄어들고 미세구조가 약해져 골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를 말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환자는 고령 환자의 증가로 인해 매년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자료를 보면 50세 이상의 인구에서 골다공증 관련 골절의 발생은 2008년에 14만 건에서 2012년 21만 건으로 연평균 15.2% 증가했다. 이러한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 건수의 증가는 개인의 의료비용 및 사회경제적 부담의 증가를 초래한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고관절, 척추, 손목뼈, 위팔뼈에 주로 발생한다. 그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고관절 골절이다. 우리 몸의 기둥인 고관절에 발생하는 골절은 거동을 어렵게 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또한 폐렴, 욕창 및 심혈관계 질환 등의 합병증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 이후 한 달 내 사망률은 약 10%에 이르고 1년 내 사망률은 20%까지 보고하고 있다. 일반 인구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3.5배나 높다. 문제는 최초 골절 후 재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에 큰 부담을 안기는 골다공증성 골절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는 문제는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되는 작금의 문제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하면 골절의 상태에 따라 수술적 혹은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한다. 골절과 함께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이 골다공증이다. 현재 골밀도(뼈의 양)를 개선하고 향후 골절 발생률을 낮추는 많은 약들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골다공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부재다.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단할 방법이 없다. 골절이 발생하고 나서야 골다공증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설사 골다공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하더라고 순응도가 떨어져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대한골대사학회에서 발간한 자료[FACT Sheet (2019)]를 보면 여성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7명, 남성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8명이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골다공증 골절 발생 후 1년 내 약물 치료를 하는 경우는 여자 48%, 남자 21%에 그친다. 골다공증 치료제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경우는 6개월에 45.4%, 1년에 33.2%, 2년에 21.5%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치료의 순응도가 취약하다는 방증으로 이로 인한 2차, 3차 골절 발생률의 증가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확실한 눈앞의 문제를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겠는가? 다행히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의 관리 및 이차 골절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로 한국형 이차 골절 예방 프로그램(Korean Fracture Liaison Service, K-FLS)이다.

FLS는 골절 환자를 찾아내고 대상자에게 이차 골절의 예방을 위한 진단 및 평가를 시행하여 구체적인 치료를 적용하는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서비스다. 현재는 골다공증성 골절의 이차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주로 약물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FLS는 포괄적 의료 서비스로 전문 코디네이터, 환자, 정형외과의사, 노인의학 전문의, 내과의, 1차 진료의, 낙상 방지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골절 치료 후 재활, 골절을 일으킬 수 있는 개개인의 내과적 문제의 관리, 영양, 운동 및 낙상 방지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구성 요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담당하게 된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골절 환자를 확인하고 검사나 치료 과정을 안내함으로써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한다. 이를 통한 2차 골절 발생의 예방을 목표로 한다. FLS는 영국, 스코틀랜드(글래스고), 뉴질랜드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골절 예방 및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입증되었다.

한국형 이차 골절 예방 프로그램의 구축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코디네이터)의 확보, 데이터의 효율적인 수집 및 관리, 구성 요소 간의 협업 및 적극적인 피드백 공유를 통한 지속적인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모든 사람은 늙는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미래에 닥칠 문제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는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우매함을 우리는 큰 사건들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골다공증성 골절의 발생률 증가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준비가 필요하다.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크나큰 부담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필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형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FLS)의 시행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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