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바이오붐에 대한 미련과 기지게 켜는 M&A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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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바이오붐에 대한 미련과 기지게 켜는 M&A시장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2.05.20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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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중소 생명공학 주가 약세...저가 인수합병 시장 변화 예고

올해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 최근 이뤄졌다. 지난 11일 발표된 화이자의 바이오헤븐 인수는 유일한 상업화 약물인 너텍에 대한 미국외 판권계약을 진행한 이후 6개월만에 진행됐다. 인수액은 116억 달러였다.

이외 올해 빅파마의 인수거래건을 잠시 살펴보면 1월 유씨비제약이 조게닉스(Zogenix)를19억달러에, 3월 애브비가 사인데시(Syndesi)를 1억 3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이어 4월 한달동안 화이자가 리바이럴(Reviral)을 5억 2천 5백만 달러에, GSK가 시에라(Sierra)를 19억달러에, 리제네론이 체크메이트를 2억 5천만달러에  인수 건이 전부이다.  

화이자의 바이오헤븐 인수 건을 제외하면 소소하고 소극적 투자 흐름이다.

지난해 부터 시작된 이같은 흐름은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가 390억 달러를 투자, 알렉시온을 인수했던 만큼의 대형거래와 활발한 인수합병을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와는 다른 방향이다.

같은 흐름 속에 코로나 호재로 고공행진하던 제약과 생명공학 주식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NBI), NBI주니어 지수,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DR S&P 바이오테크 ETF(XBI)와 블랙록의 iShares 바이오테크놀러지 ETF(IBB)의 지수를 잠깐 살펴보자.

큰 규모의 제약사가 포함된 NBI와 IBB의 지수와 중소 생명공학 회사들의 사정을 볼 수 있는NBI주니어 지수, XBI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빅파마가 버텨주는 흐름이라면 중소 생명공학 회사들은 지난해 2월을 최고점으로 주가는 1년을 넘도록 줄곳 마이너스 행진중이다. 

나스닥 주니어 생명공학지수는 2021년 2월 1837.79로 최고점에서 18일 현재 696.89로 60%넘게 빠졌다. XIB는 비슷한 기간에 164달러에서 60달러대로 떨어졌다. 

또 소형주 중심 Russell 2000에 대거 포함됐던 생명공학 회사는 오는 6월 지수 품목조정시 대거 제외될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커트라인 밑으로 떨어진 곳이 8할이 넘어서다. 

구조조정이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최근 쉴세없이 보도되고 있다. 반면 임상 성공이나 상업 출시에 성공한 소수 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카보메틱스(성분 카보잔티닙)의 추가 적응증 확보에 성공한 엑셀리시스(Exelixis)사, 녹십자가 국내 판권을 확보한 리브말리로 승인 받은 미럼(Mirum)사 등 그 사례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다.

이같이 중소생명공학 회사와 달리 양호한 사정의 빅파마와 관련 이벨루에이트는 18일자 '먹이를 주는 제약사 손을 물어뜯는 투자자'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요지는 간단하다. 11개 빅파마가 지난해 R&D 투자도 확대했지만 동시에 투자자를 위해 자사주 환매와 배당금 지출을 더 늘렸다. 투자자를 위해 제약사가 후한 인심을 썼지만 주식시장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고 다르게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배당 총액과 자사주 환매가 많았던 제약사는 존슨앤드존슨과 화이자, 로슈 등을 꼽았다.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상승과 상관관계가 적었으며 파이프라인 등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해석했다.

글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파이프라인을 이유로 빅파마가 비싼 가격에 인수합병 거래를 마다하지 않던 바이오붐이 한창이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온다.

경제주간지 바론즈, 제약전문지 피어스파마, 바이오파파마 등 모든 외신매체의 매우 일관되고 동일한 어조 역시 바이오붐에 대한 남은 미련을 느낄 수 있는 '부활' 또는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반면 '변화'라는 표현에는 매우 인색하다.

부활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도 빅파마가 보유한 3천억달러 정도의 풍부한 현금을 꼽는다. 저렴하든 그렇지 않든 파이프라인이 부족하니 쓸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형제약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듯 하다. BMS는 지난 14일  브릿지바이오(BridgeBio) 파마의 항암제 'BBP-398'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 9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선불금은 9천만달러다. 흥미로운 점은 브릿지바이오의 시가총액이 거래 당시 9억 달러대였다는 점이다.

인수합병시에도 부담이 적은 시점이었지만 선택지는 협업이었다. 최근 인수합병소식보다 협업소식이 줄을 있는 대표적인 이유다.

노바티스 바스 나라시만 대표는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를 통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수합병 질문에 매우 명쾌하게 답했다. 요지는 "비싸다. 저렴하다면 인수할 계획이다" 였다. 

올해초 제이피모건 투자컨퍼런스에서 BMS와 존슨앤드존슨 대표의 발언과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양사는 "진행한다면 20억 달러이하 정도"라며 적은 규모의 인수합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가치 거품이 서서히 제거되면서 중소 생명공학회사들에 대한 대형제약사의 인수합병시장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만 시장이 부활이 아니라 실속구매 시장으로 변화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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