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신질환 차별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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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신질환 차별 철폐
  • 뉴스더보이스
  • 승인 2022.02.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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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연 종로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정신건강의 문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정신 질환은 신체 문제를 일으키며, 학업, 직업에 영향을 끼치고, 개인과 그 주변의 심대한 고통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030년에는 우울증이 가장 질병 부담이 높은 질환이 될 것이라고 보고하였으며,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 우울증의 사회적 비용이 약 6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이 없는 건강이란 없다. 우울증은 심장병에 걸릴 확률을 60% 증가시키며,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심근 경색 후 사망할 확률이 4배 높아진다. 주요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의 평균 수명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20년이 짧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정신질환은 일종의 터부였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중세시대에도 가족 중에 정신질환이 있으면 집안에 감추었으며, 정신병원이 생겨난 이후에는 격리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았다. 사실 근대 이전에 정신병원이란 열악한 환경의 수용소에 다름없었다. 이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특별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너무 적은 수의 치료진이 많은 수의 환자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사회와 격리된 치료환경은 점차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정신질환을 이전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치료의 중심은 정신병원에서 점차 지역사회로 이동했다. 이런 변화는 한 세대 이전에는 유럽과 미국에 일어났고, 이제 한국에서도 점차 그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2000년 무렵부터 태동한 우리나라 지역사회 정신의학은 이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설립함으로써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제고하며, 제2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하고 환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정신병상이 많은 나라다. 대안이 없는 많은 수의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있으며, 오히려 치료가 급히 필요한 급성기 환자들을 위한 병상은 감소하고 있다. 변화를 일으킬 자원도 많지 않다. 20201년에도 여전히 정신건강복지예산은 복지부 보건예산 중 2.7%에 그치고 있다.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중 1위이고, 급변하는 사회에서의 피로감, 공동체의 해체, 치열해지는 경쟁 등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정신질환은 결코 드물지 않다. 2021년 발표된 정신장애 유병률을 보면, 성인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중에는 12%만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보건의 커다란 도전이다. 높은 물리적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실제로 받는 사람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정신질환과 연관된 낙인과 차별 때문이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신질환은 ‘F코드’라는 주홍글씨로 대변되고 있으며, 정책과 보험에서의 정신질환 차별은 여전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행한 빅데이터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에서 과에 방문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구조적 차별’이었다. 즉, 취업, 진학, 보험가입에서의 차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젊은 층에서 더욱 심했으며, 나이가 증가할수록 사회적 편견, 낙인에 대한 염려를 더욱 크게 표현하였다.

사회적 차별은 중증정신질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21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180만원으로, 전체가구 평균 361만원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장애인 가구 242만원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고, 고용율은 15.7%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건강문제의 보편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을 막는 낙인과 제도적 차별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믿음이란 단순히 교육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만은 당사자와 그 가족, 정신의료계와 정신건강을 위하여 일하는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 여기에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법의 개정, 민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의 제정과 감시를 포함한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건강의 정의 중에 하나인 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건강은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상태이며, 단지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이와 같이 정신 건강도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정신건강은 개인의 잠재력을 깨닫고, 일상적 삶의 스트레스를 대처할 수 있으며,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공동체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다음 세대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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