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미, '팬더믹 2년' 의료현장 속에 '따뜻함'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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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미, '팬더믹 2년' 의료현장 속에 '따뜻함'을 담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2.0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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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발간
'코로나 시국' 특별한 상황이 주는 이야기 수필로 엮어
 

"병원이라는 공간이 백색의 차갑기만 한 곳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웃고 울기도 하는, 가슴 따뜻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셨으면 좋겠다." -김현수 강북삼성병원 행정 부원장 

'코로나19' 2년 차를 넘기며 신문지상에 오르는 수많은 의료현장의 이야기를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서적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7일 발간한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우아이)'는 펙더믹 상황에서 펼쳐지는 지난 2년간의 이야기 57편을 오롯히 담아 냈다. 

환자의 입장에서, 동료의 입장에서, 환자 또는 의료진의 가족의 입장에서 느끼는 코로나의 한계 상황과 각각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수필 형식으로 담아낸 이 서적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재조명 한다. 

김현수 강북삼성병원 행정 부원장은 발간 후기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우리 병원에서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병원 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관통하는 한 가지 사실은 '따뜻함'이었다"며 "코로나시국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가슴벅착 이야기를 우리만 알고 지나가기엔 너무 안타까워 수기집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알리게 됐다"고 책이 세상에 나온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이 책은 '환자와 함께, '동료와 함께', '가족과함께', ''미소와 함께'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 글을 담아냈는데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글 중 환자의 사례를 담은 한 글을 소개해 본다.  

초코 스니커즈를 나눠 주시던 할머니 

소화기내과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본부팀원은 매번 진료를 올 때 마다 의료진들에게 초코 스니커즈를 나눠 주시던 할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저에게도 유난히 기억나는 80대 할머니 환자가 있었다"면서 "췌장암 진단을 받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안타깝게도 다른 누구와도 비슷한 시작"이었다고 할머니를 대한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몇 주마다 반복되는 항암치료를 하고 주기적인 CT 촬영을 하는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입, 퇴원을 반복했다"면서 "항상 입원하실 때마다 대용량 초코 스니커즈 몇 봉지를 사 오시고 담당 간호사에게, 가끔 다른 처치를 하러 오는 간호사 주머니에 가득 스니커즈를 넣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선생님은 밥은 먹었어? 일하느라 힘들지? 당 떨어지지 않게 1개씩 먹으면서 일해'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할머니만큼이나 넉넉하고 따뜻한 미소로 쭈글쭈글 주름진 손에 스니커즈를 가득 담아 저희에게 나눠주셨다"면서 "손사례를 치는 간호사들에게 '저희 어머니 낙이에요. 본인은 드시지도 못하면서, 항상 입원하시기 전엔 초콜릿 사러 가자고 말씀부터 하시거든요. 받아주세요'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던 따님도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던 중 코로나19라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도래했다. 어쩌면 이번 입원이 마지막 입원이 될 줄 아셨던 걸까. 친할머니처럼 정을 나눠주셨던 환자분은 물을 삼키지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셨지만 이번에도 잊지 않고 스니커즈를 사 오셨다"면서 "입원 3일차에 굉장히 쇠약해진 상태에서 환자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제가 누구예요?'라고 묻자 무거워져 버린 눈꺼풀을 뜨시며 말라버린 입술로 '권 선생'이라고 믿을 수 없이 또렷하게 대답하시던 그 목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동안 임상에서 일하며 정말 잊을 수 없었던 손꼽히는 순간들 중 하나"라면서 "그날 오후 환자는 점점 임종에 가까워졌고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가 숨을 거두기 전, 생애에 사랑했던 가족들과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늘 환자 곁을 지켰던 보호자와도 인사를 나눴다. '고마웠어요. 고생했어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건강하세요'라며 붉어진 눈시울을 서로 차마 숨기지 못한 채 정답게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고 저는 퇴근했다"면서 "밤근무를 하던 후배들에게 할머니가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 들은 것은 불과 3시간이 지나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로부터 9달쯤 지났다. 집 앞 대형마트에 가면 매대 위 초코 스니커즈는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할머니가 주머니 안에 가득 넣어주셨던 스니커즈는 이제 없다"면서 "그럼에도 제 주머니엔 친할머니 같았던 환자분의 미소와 따뜻함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수필을 마무리 했다. 

이 수필집은 강북삼성병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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