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VA 유보기준 강화...건보공단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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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VA 유보기준 강화...건보공단 덫에 걸리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12.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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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제도(PVA)는 약품비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 위험을 보험자와 제약사가 약가인하 방식으로 분담하는 대표적인 약가사후관리제도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약품비 부담을 키우는 약제가 협상대상이 돼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08년 11월 제도 첫 도입 당시 청구금액 3억원 미만 약제를 협상대상에서 제외했었고, 이후 2013년 12월 이 기준을 15억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거꾸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덩치 큰 약제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제도 도입 당시에는 없던 '50억원 이상 & 10% 증가' 기준을 '유형나'와 '유형다' 협상대상 약제에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 13년 동안 내내 제기돼 왔다. 특히 10%로 설정된 최대인하율이 가장 큰 공격 대상이었는데, 제약계 반발이 거세 정부와 보험당국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행보도 있었다. 건보공단정책연구원이 2018년 수행한 '합리적 약품비 관리를 위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개선 연구'다.

이 보고서에서 건보공단 연구진들은 PVA 실효성 확보방안으로 협상대상 유보(제외) 기준과 최대인하율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연구진들의 분석에 의하면 산술평균가 기준을 현 100% 미만에서 95% 미만으로 바꾸면 2015~2017년 3년간 협상에서 제외된 약제 중 47개가 추가되고 이를 통해 172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90% 미만으로 더 낮추면 추가되는 약제 50개, 재정절감액 175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또 산술평균가 미만 기준을 아예 삭제하면 55개 추가, 176억원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소액약제 제외기준을 현 청구액 15억원 미만에서 20억원 미만, 30억원 미만, 50억원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조정효과는 '20억 미만' 7개 제외-재정절감액 5억원 축소, '30억 미만' 9개 제약-7억원 축소, '50억 미만' 11개 제외-10억원 축소 등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최대인하율을 삭제하고 유형별 산식계수(@)를 확대하는 방식의 인하율 확대방안도 제시했었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이렇게 잘 정리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적절한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건강보험공단의 설명에 의하면 올해 PVA 협상과정에서 문제점이 제기됐다. 

PVA 협상제도를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작은 약제'를 협상대상에서 유보(제외)한다는 취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여기에는 청구금액이 낮은데도 협상대상이 돼 약가 조정을 받아야 하는 중소제약사들의 한숨과 불만이 큰 몫을 했고 약가를 1~8원 정도 찔끔 낮춰서 협상을 회피한 일부 제약사들의 행태도 중요한 빌미를 제공했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그동안 유보기준 때문에 빠져나간 대형품목을 그물에 넣을 호재를 잡게 된 것이다. 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청구액 제외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안도 제시했다. 

당연하겠지만 개선안의 핵심인 유보기준 강화안(산술평균가 100%→90% 미만)과 '청구액 10억→20억 미만' 조정기준안은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제약계는 부랴부랴 '산술평균가'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의견서를 통해 건보공단에 제시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산술평균가는 보험재정의 절감 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통념이자 절대적 기준이다. 산술평균가 미만 약제를 협상에서 제외해 재정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2020년 제네릭 약가 차등제 도입, 2023년 7월 기등재의약품 약가 재평가 등에 따라 산술평균가는 현행 기준 대비 10% 이상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국내 중소제약사의 집중적인 약가 인하 피해가 불가피하다."

"산술평균가 미만 자진 인하 협상 회피 등 제도 악용 사례는 산술평균 적용 시점을 모니터링 시작 시점으로 변경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개정안 강행 시 오히려 자발적 저가 등재나 자진인하를 통한 보험재정 절감 노력이 사라질 것이다."

제약계 의견 중 산술평균가가 보험재정 절감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통념이자 절대적 기준인지는 동의를 얻기 어려운 의구심이 드는 주장이다. 

반면 향후 예정된 여러 약가사후관리제도를 통해 산술평균가가 10% 이상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중소제약사 약가인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나 자발적 저가등재 및 자진인하를 통한 보험재정 절감 노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건보공단이 유보기준 강화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던 자진인하를 통한 협상 회피는 제약계 의견대로 적용시점을 변경하면 해결 가능한 부분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PVA는 약품비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 위험을 약가인하 방식으로 분담하는 제도다. 인구고령화와 초고가약제 등장 등으로 약품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PVA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게 정부와 보험당국에 중요한 과제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피규제자에 부담을 주는 제도개선은 실효성 만큼이나 정책 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침개정은 의견조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사전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던 과거 건보공단 행태와 비교하면 이번 민관협의체 사전설명과 이후 의견수렴은 매우 고무적인 조치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장 내년 1월 시행을 강행할 게 아니라 제약계가 제시한 우려사항에 대한 검토를 포함해 PVA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안을 제약계-전문가 등과 함께 숙의한 뒤 세부 지침 개정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건보공단은 '산술평균가 90% 미만' 설정 이유를 최대 인하폭인 10%를 산술평균가에 적용해 협상회피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로 돼 있는 약가협상 생략기준 금액 기준과 동일한 수치를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협상생략은 가중평균가, PVA 유보기준은 산술평균가를 토대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10%'라는 수치는 매우 기계적이 접근일 뿐 합리성이나 적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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